증권
산업은행 혁신방안 연일 ‘입방아’…경제개혁연대 “여론 무마용”
입력 2016-11-01 13:59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7월 20일 여의도 산은 본점 대강당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2016년 상반기 경영설명회’를 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혁신위원회를 통해 현재 산은이 처한 위기를 명예 회복과 발전의 전기로 삼아 강한 KDB로 재탄생 하자”고 쇄신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환골탈태까지 거론하며 지난달 31일 내놓은 혁신방안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근본적인 혁신안이 아닌 ‘재탕 발표라는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그간의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까지, 산은의 입장이 점점 난감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일 산은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 내용과 관련, 가장 중요한 회장 선임 절차 개선 방안이 빠져 있고 사외이사제도 개선안도 실효성이 없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 부실 사태에 ‘낙하산 등 결국 인사 문제가 발단이 됐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개선안이 혁신방안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실제 혁신이 가능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산업은행과 금융감독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산은 혁신위는 전날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과 감사위원회 도입 검토, 출자회사관리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에 사외이사 참여 확대, 경영평가 기준 강화 등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 감사원 감사 결과, 산은의 자회사 관리 소홀과 부실경영 실태가 드러났다. 산은 내부에서 이를 통제하지 못한 책임이 이사회, 특히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산은은 정관에 따라 사외이사를 3인 이상 두고 이사회 구성의 과반수가 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회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사외이사들은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져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산은의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이사회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방안 마련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언급돼 왔다.
이에 대해 혁신위가 내놓은 방안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른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사외이사 선임 시 임추위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그런데 문제는 임추위 설치만으로는 독립적 사외이사의 선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른 임추위는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고 있다. 회장과 금융위가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다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다는 것인데, 경제개혁연대는 이것이 낙하산 인사를 막는 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실제로 금융회사에 설치된 임추위(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경영진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승인하거나 동료 사외이사를 후보로 추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주들이 따로 있는 민간 금융회사에서도 임추위는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책은행에서 정부가 선임한 인사들로 구성된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고경영자(CEO)인 회장의 선임절차 개선 방안이 혁신위 방안에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는 점도 경제개혁연대는 문제로 지적했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산은 회장은 그동안 모피아 출신이나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져 왔고, 이들 중 대부분은 권력형 비리에 연루,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지도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임명된 낙하산 회장들은 산은의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회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 개인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까지 받고 있다. 즉, 현재 산은 위기의 핵심에는 낙하산 회장의 무능과 전횡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는 혁신위가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겠다면 당연히 회장 선임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평가 및 대안을 포함했어야 하는데, 혁신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진정으로 혁신할 의지가 있다면, 무엇보다 회장과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심사숙고하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