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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플릿` 스포츠의 기대 심리…우리 인생과 비슷하네
입력 2016-11-01 08:5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볼링이 왜 사람을 미치게 하는 줄 알아? 다음에는 꼭 스트라이크를 칠 것 같거든."(내기 볼링에 나선 '쩐주' 역의 권해효 대사)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은 스포츠 볼링에 도박이라는 소재를 가미해 흥미를 유발한다.
과거 인기였던 볼링은 이제는 야구나 축구와 비교하면 사람들에게 '한물간' 스포츠로 치부된다.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볼링이 재미있게 느껴질까? 아니, 나락에 떨어졌던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자폐 증세가 있는 천재 볼링 선수를 만나 새로운 삶을 찾으려 하는, 어찌보면 빤한 내용이 재미가 있을까?
'스플릿'은 나름의 절충선을 잡았다. 도박과 스포츠라는 소재가 줄 수 있는 매력을 잘 살려냈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어도 쫀쫀한 전개가 영화 보는 맛을 살린다. 스토리 라인과 배우들의 연기가 잘 녹아들어 표현됐다. 시종 긴장감 있게 바라 보게 한다.
영화는 1995년 수요 볼링 대회, 퍼펙트게임을 바로 앞둔 상황의 철종(유지태)을 그린 뒤 현재로 넘어온다. 현재 철종은 불편한 다리로 창고에서 불법 기름을 팔고, 볼링 도박에 선수로 나서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 희진은 아버지의 볼링장을 되찾기 위해 철종에게 도박 볼링을 주선해주는 '생계형' 브로커다.
과거 전설적인 선수 철종이지만 승부에서 매번 이기지 못한다. 희진은 빨리 빚을 갚아야 하는데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도박 경기가 없을 때 볼링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철종은 우연히 던졌다 하면 스트라이크를 치는 영훈(이다윗)을 보고 같이 도박 볼링에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영훈은 자폐 증세가 있다. 철종과 희진 마음처럼 돈을 벌기 쉽진 않다.
이들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은 가슴 짠하면서도 웃음을 동시에 전한다. 특히 이다윗의 연기가 일품이다. 진지한 상황에서 한마디 툭 던지고 행동하는 게 웃음을 준다. 튈 수 있으나 오히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 영훈이 볼링을 할 때 10번 레인을 고수하고 허공에 하이파이브하는 이유 등이 드러날 때는 감동도 준다.
유쾌한 캐릭터로, 뮤지컬 배우로 알려진 정성화는 유지태와 과거부터 라이벌이자 악역을 맡았는데 역할을 충실히 했다.
스플릿은 남은 두 개 이상의 핀이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 한 번에 처리하기 힘든 상황을 의미하는 볼링 용어다. 주인공들의 인생에 빗댄 제목 같다. 타의든 자의든 실수 혹은 어려움이 생겼으나 우리에게는 늘 그렇듯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나름의 교훈도 있다. 감동과 재미, 교훈 등등 여러 가지를 두루두루 갖춘 작품이다.
평범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건 아쉽다. 반전도 있으나 그리 세련된 연출로 느껴지진 않는다. 철종과 영훈의 관계는 나름 신경을 썼으나 희진의 관계는 설명이 불충분한 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121분. 11월 10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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