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사이트 펀드 출시 9년, 투자 교훈 짚어보니...
입력 2016-11-01 06:02 
[증권투자 비밀수첩-106] # 2007년 11월 1일 낮 12시, 당시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1층 영업점에서는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맛집도 커피숍도 아닌 증권사 영업점 앞에 직장인 수십 명이 대기표를 손에 쥐고 줄을 선 것이다. 바로 전날 출시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주식혼합형 상품인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인사이트 펀드의 인기는 '광풍(狂風)'에 가까웠다.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가 10월 31일 출시 9주년을 맞았다. 인사이트펀드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국내 최초로 자산과 지역 구분 없이 공격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겠다며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두 달 만에 5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당시 미래에셋이 펀드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신화를 써내려오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펀드가 설정된 지 얼마 안 된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다수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기면서 아픈 역사로 기록됐다. 인사이트 펀드 9년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 교훈을 짚어봤다.
 지난달 3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의 설정 9년 동안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이 플러스(+)였던 구간은 2014년 11월 25일부터 2015년 8월 21일까지 고작 9개월에 그쳤다. 나머지 8년3개월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사이트 펀드에는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3조원, 한 달 만에 4조원, 두 달 만에 5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단일 펀드에 이 정도 규모의 돈이 몰린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졌던 '바이코리아' 펀드 이후 처음이었다. 바이코리아 펀드의 경우 '대한민국을 사자'는 애국심 마케팅에 3개월 만에 12조원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 인사이트 펀드에 남은 돈은 4355억원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의 투자자가 상당한 손실을 입고 환매한 것이다. 2007년 하반기부터 꿈틀댔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 9월 현실로 나타나면서 펀드 출시 1년 만에 수익률은 반 토막이 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가 최저점에 다다랐던 2009년 3월 초 이 펀드의 수익률은 -56.5%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인사이트 펀드가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낸 이유는 뭘까.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인사이트가 자산 배분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출시 당시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 대상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를 통해 절대수익을 내겠다고 표방했다. 하지만 설정 초기인 2007년과 2008년엔 중국 비중이 70% 이상이었다. 당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최고의 성장 속도를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중국 증시는 불과 1년 사이 상하이종합지수 기준 6000에서 2000을로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

 인사이트 펀드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중국 비중을 줄이고 미국을 늘렸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비중이 70%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가별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70.6%, 독일 6.8%, 홍콩 4.3%, 인도 3.3%, 일본 2.7% 순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대목은 인사이트 펀드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 증시는 1년 전보다 2%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인사이트 펀드가 최근 1년 새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미국에서도 일부 섹터(업종)에 대한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올해 7월 말 기준 이 펀드의 상위 5개 투자종목 비중을 보면 'HEALTH CARE SELECT SECTOR'와 'ISHARES GLOBAL HEALTHCARE' 등 헬스케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각각 3.5%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액티브 펀드이므로 미국 시장과 똑같이 가는 건 아니다"면서 "2010년부터 5년간은 펀드 수익률이 미국 시장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상대적으로 더 오를 수 있는 업종과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였다는 얘기다.
 펀드 투자는 직접 투자에 비해 투자 비용이 몇 배 이상 들어간다. 직접 투자는 거래수수료만 내면 되지만 펀드 투자는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등으로 연 2%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펀드 투자가 매력 있는 것은 다양한 종목과 자산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 대비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들마다 투자 목적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분산투자를 통한 중위험·중수익 추구가 목적인 투자자라면 특정 지역이나 자산, 종목에 과도하게 높은 비중을 가져갈 경우 투자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인사이트 펀드 9년이 주는 투자 교훈이다.
[최재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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