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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자녀 올인하면 노후엔 빈손
입력 2016-10-28 16:23  | 수정 2016-10-28 16:51
'번듯한 집 한 채는 있어야지. 자식은 남부럽지 않게 키워야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행복한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한 요인들이다. 은퇴연구소는 노후 준비를 서두르라는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잘못된 인식 때문에 노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은퇴연구소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교육비부터 줄이라고 충고한다. 올해 초 서울·광역시에 거주하는 50~74세 남녀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은퇴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 때문에 은퇴자금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고 답했다.
은퇴연구소는 "가계가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학원을 보내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이는 등 한국인들은 노후자금과 자녀교육을 맞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 하나에만 '올인'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고객 총자산 중 67%가 주택에 몰려 있다.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18%)까지 합하면 단기간에 유동화하지 못하는 자산에 85%나 되는 자금이 쏠려 있는 셈이다.

은퇴연구소는 "치솟는 전세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내 집을 마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비싼 집값을 해결하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원리금 상환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가 된다"고 진단했다. 많은 사람이 평생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대출금만 갚다가 노후를 맞게 된다는 뜻이다.
'힘들어도 자식 도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후 대책 없이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다가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못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퇴연구소는 부모를 돌보는 데 집중하다 보니 결국 자신들도 나중에는 자녀들에게 '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부모 노후는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변하고 있어 지금 부모를 돌보기만 하는 세대는 나중에는 노후 준비도 못 하고 자녀들의 보호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8년에는 응답자의 89.9%가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2014년 그 비율이 31.7%로 확 줄었다. 늙으면 아픈 데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의료비 대책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험이나 연금 등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노후자금 대부분을 병원비로 쓰게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최은아 은퇴연구소 연구원은 "70~80세에도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면 매달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현금흐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식, 부동산 등은 상속자산으로서의 가치는 크지만 은퇴자들에게는 거액의 자산보다 평생받을 수 있는 월급 준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퇴연구소는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과 주택연금 등으로 노후에 대비할 것을 조언했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소유한 고령자에게 주택을 담보로 매달 생활자금을 제공하는 역모기지 상품이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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