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배우 김종태와 이화룡이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에서 호흡을 맞췄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인 이들은 김은성 작가, 부새롬 연출이 의기투합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역사를 바로 보게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1940년도부터 70, 80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종횡으로 연결한 작품이다. 과거의 풀리지 않은 매듭이 시간이라는 굴레와 맞닿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모습을 다뤘다. 이하 김종태(이하 김), 이화룡(이하 이)의 일문일답.
Q.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나서, 역사나,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없을 것 같다. ‘썬샤인의 전사들의 인물들을 만나고 나서, 달라진 마음이나 관점이 있다면.
이: 원래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화도 잘 안 내는 성격이다. 근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종태와 다투기도 했다. 정말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아주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더라. 궁극적으로 같은 생각인데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사건이나, 인물을 바라볼 때 아주 작은점에서도 신중할 수 밖에, 또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앞서 작품까지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점이 무너졌다. 뜨거워지면서도 ‘이성적으로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김: 화룡이가 강종양 같아서 이 작품에 출연한 게 아니지 않나. 앞서 강종양에 대한 얘기보다 한승우의 과거와, 그가 그리는 인물들에 대한 처한 상황에 대해 얘길하는 과정에서 화를 낸 적 있다. 화룡이는 원래는 섬세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데 말이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고민이 작가가 한 말 중 ‘용서는 당사자가 하는 것라는 것이다. 요즘 어떤 사건이 터지면 오히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잊고, 용서하지 않나. 당사자는 사과도 못 받고, 잊지 못하고 있는 데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어떤 상황을 선택하고 다음 사태로 휘몰려 가는 것 같다.”
Q. 극의 인물을 봤을 때, ‘누가 나빴다라던지, ‘누구는 안쓰럽다라고 쉽게 의견을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김: (누구를) 나쁘다고 평한다는 것은 태생적인 평가, 감정이 들어간 것 아닌가. 나쁜 놈, 착한 놈이라고 잘못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승우 역시 피해자로 보일 수 있다. 봄이를 잃었기 때문에 안쓰럽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인데, 과거 그의 모습은 분명 잘못됐다.”
이: 악을 담보로 누가 나빴다고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몰아가는 상황이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때 뭔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았던 것 같다.”
Q. 그러면 강종양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극 중 강종양은 빨갱이 잡는 군인 출신 고문 전문가로 등장한다)
이: 강종양은 다르다. 원래 연기를 하면서 목적이 있는데, 강종양을 분하면서는 누구한테나 인정, 동의를 구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분명한 가해자다. 공연 끝나고 분장실에 가서도 ‘강종양은 자연사로 죽으면 안된다는 얘길 한다. 승우는 당사자니까, 그 정서가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만 정말 법, 상식, 원칙대로 사회가 정한 틀 안에서 구성원들이 잘못된 것이고 원칙적으로 벌을 받는 과정이 생략된 거다.”
친일파 등 먼 세대부터 흐르는 잔재가 남아있는 것처럼, 이해받고 싶지 않았다. 진실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목적은 다르다. 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Q. ‘썬샤인의 전사들은 박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무대에 올라 역할을 맡으면서도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
이: 다 불편하다. 종태와 내가 힘들어 했던 부분과 성격이 다른데, 종태는 이 작품의 방대한 스케일의 정서, 삶, 죽음 등을 껴안고 이끌어가야 하고, 난 유일한 가해자다. 인물의 사이즈가 작아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한 개인으로서 ‘나쁜놈이 안 됐으면 했다.”
김: 승우는 휩쓸려 가는 템포가 없을 수 없고 그래야 한다. 오히려 장면이 끝나고 이어질 때 앞 장면이 추슬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상항이 이뤄진다. 카메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겪으니, 멀쩡하게 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화룡이가 괜찮다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미연이와 봄이가 내 가족이라는 설정 자체도 부담스러웠다. (세월호)유가족이 봤을 때 행여나 불편할까,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는데, 화룡이가 냉정하게 중심을 잡아줬다.”
Q.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감정적 방대한 스케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인데 잘 안 외어 지더라. 화룡이 도와주기도 했다. 극에서 인물의 정서적인 부분으로 다가가도 괜찮을 듯했고, 구조적으로 승우라는 인물을 극 인물들에게 말을 걸기 때문에 미연과 봄이의 관계만 신경 썼다. 그런데 들어갔더니 ‘사건이 감당이 안 되더라. 김은성 작가와 얘기를 많이 했다.”
Q.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김: 작품을 보고 잘못에 대해 정의로워지거나, 누가 봐도 악인인데 용서를 한다거나, 솔직하게 내뱉는 말에 용서를 한다거나, 연민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한승우가 겪고 있는 일은 연민이 아니라, 강력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교육적인 연극이 아니라, 이런 역사가 누군가 방조하고 외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에 대해 되돌아봤으면 하는 것이다.”
Q. 앞으로 세상을 만나게 될 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김: 연극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시대 그 당시, 배우, 혹은 작가건 연출이건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저항하고 버티고. 연극은 살아있을 테니까.
Q. 그럼에도 연극이 내야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책이나 영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목소리를 높아져야 하지만, 연극은 좀 더 그렇지 않나. 연극인으로서 바라는 점이 혹시 있다면 어떤 점인가.
이: 일단 어떤 통계를 봐도 최저 임금이 가장 낮은 대상은 연극인이니까.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유연한 사고를 하면서 살긴 하지만 이는 작품 안에서 본능에 대한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돼 있다. 단순하게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극인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저변이 만들어졌으며 하는 바람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썬샤인의 전사들은 1940년도부터 70, 80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종횡으로 연결한 작품이다. 과거의 풀리지 않은 매듭이 시간이라는 굴레와 맞닿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모습을 다뤘다. 이하 김종태(이하 김), 이화룡(이하 이)의 일문일답.
Q.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나서, 역사나,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없을 것 같다. ‘썬샤인의 전사들의 인물들을 만나고 나서, 달라진 마음이나 관점이 있다면.
이: 원래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화도 잘 안 내는 성격이다. 근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종태와 다투기도 했다. 정말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아주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더라. 궁극적으로 같은 생각인데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사건이나, 인물을 바라볼 때 아주 작은점에서도 신중할 수 밖에, 또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앞서 작품까지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점이 무너졌다. 뜨거워지면서도 ‘이성적으로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김: 화룡이가 강종양 같아서 이 작품에 출연한 게 아니지 않나. 앞서 강종양에 대한 얘기보다 한승우의 과거와, 그가 그리는 인물들에 대한 처한 상황에 대해 얘길하는 과정에서 화를 낸 적 있다. 화룡이는 원래는 섬세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데 말이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고민이 작가가 한 말 중 ‘용서는 당사자가 하는 것라는 것이다. 요즘 어떤 사건이 터지면 오히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잊고, 용서하지 않나. 당사자는 사과도 못 받고, 잊지 못하고 있는 데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어떤 상황을 선택하고 다음 사태로 휘몰려 가는 것 같다.”
Q. 극의 인물을 봤을 때, ‘누가 나빴다라던지, ‘누구는 안쓰럽다라고 쉽게 의견을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김: (누구를) 나쁘다고 평한다는 것은 태생적인 평가, 감정이 들어간 것 아닌가. 나쁜 놈, 착한 놈이라고 잘못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승우 역시 피해자로 보일 수 있다. 봄이를 잃었기 때문에 안쓰럽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인데, 과거 그의 모습은 분명 잘못됐다.”
이: 악을 담보로 누가 나빴다고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몰아가는 상황이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때 뭔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았던 것 같다.”
Q. 그러면 강종양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극 중 강종양은 빨갱이 잡는 군인 출신 고문 전문가로 등장한다)
이: 강종양은 다르다. 원래 연기를 하면서 목적이 있는데, 강종양을 분하면서는 누구한테나 인정, 동의를 구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분명한 가해자다. 공연 끝나고 분장실에 가서도 ‘강종양은 자연사로 죽으면 안된다는 얘길 한다. 승우는 당사자니까, 그 정서가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만 정말 법, 상식, 원칙대로 사회가 정한 틀 안에서 구성원들이 잘못된 것이고 원칙적으로 벌을 받는 과정이 생략된 거다.”
친일파 등 먼 세대부터 흐르는 잔재가 남아있는 것처럼, 이해받고 싶지 않았다. 진실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목적은 다르다. 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Q. ‘썬샤인의 전사들은 박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무대에 올라 역할을 맡으면서도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
이: 다 불편하다. 종태와 내가 힘들어 했던 부분과 성격이 다른데, 종태는 이 작품의 방대한 스케일의 정서, 삶, 죽음 등을 껴안고 이끌어가야 하고, 난 유일한 가해자다. 인물의 사이즈가 작아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한 개인으로서 ‘나쁜놈이 안 됐으면 했다.”
사진=두산아트센터
인간 대 인간으로 악역을 처음하기도 하고, 유지해야 하는 긴장을, 전형적인 악역으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힘들다. 템포를 당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그러고 싶지만 숨이 잘 쉬어 지고 힘들 때가 있다.”김: 승우는 휩쓸려 가는 템포가 없을 수 없고 그래야 한다. 오히려 장면이 끝나고 이어질 때 앞 장면이 추슬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상항이 이뤄진다. 카메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겪으니, 멀쩡하게 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화룡이가 괜찮다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미연이와 봄이가 내 가족이라는 설정 자체도 부담스러웠다. (세월호)유가족이 봤을 때 행여나 불편할까,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는데, 화룡이가 냉정하게 중심을 잡아줬다.”
Q.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감정적 방대한 스케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인데 잘 안 외어 지더라. 화룡이 도와주기도 했다. 극에서 인물의 정서적인 부분으로 다가가도 괜찮을 듯했고, 구조적으로 승우라는 인물을 극 인물들에게 말을 걸기 때문에 미연과 봄이의 관계만 신경 썼다. 그런데 들어갔더니 ‘사건이 감당이 안 되더라. 김은성 작가와 얘기를 많이 했다.”
Q.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김: 작품을 보고 잘못에 대해 정의로워지거나, 누가 봐도 악인인데 용서를 한다거나, 솔직하게 내뱉는 말에 용서를 한다거나, 연민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한승우가 겪고 있는 일은 연민이 아니라, 강력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교육적인 연극이 아니라, 이런 역사가 누군가 방조하고 외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에 대해 되돌아봤으면 하는 것이다.”
김: 연극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시대 그 당시, 배우, 혹은 작가건 연출이건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저항하고 버티고. 연극은 살아있을 테니까.
Q. 그럼에도 연극이 내야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책이나 영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목소리를 높아져야 하지만, 연극은 좀 더 그렇지 않나. 연극인으로서 바라는 점이 혹시 있다면 어떤 점인가.
이: 일단 어떤 통계를 봐도 최저 임금이 가장 낮은 대상은 연극인이니까.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유연한 사고를 하면서 살긴 하지만 이는 작품 안에서 본능에 대한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돼 있다. 단순하게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극인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저변이 만들어졌으며 하는 바람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