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홍's 리뷰] '찌질'한 그의 통쾌한 한방…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입력 2016-10-26 18:14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사진=영화 공식 스틸컷
[홍's 리뷰] '찌질'한 그의 통쾌한 한방…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언제나 '찌질이'와 영웅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계단 구석에서 구박 받던 해리 포터는 마법 세계를 구했고, 만년 동정이었던 피터 파커는 빌딩 숲을 가로지르며 범죄를 처단한다. 그리고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도 이 고전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인 제이크는 찬란한 청춘, 마트에서 일하는 신세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며 연애할 때 그는 화장지를 정리한다.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은 그의 존재조차 모를 정도다. 하지만 모든 관객이 예상하듯 그는 특별하다.

그의 칙칙한 일상은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180도 바뀐다. 회색 빛 현실을 떠났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듯, 극의 배경도 화사한 판타지 색채로 채워진다.


주인공의 눈으로 본 집 안의 아이들은 평화롭다. 자그마한 정원이 딸린 페레그린의 집에서 그들은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여 직접 농사짓고, 영화를 만든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들만의 만찬의 즐기는 모습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반면에 아이들을 위협하는 악당들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대치된다. 욕심으로 대표되는 속성을 가진 이들은 영생을 얻기 위해 동족인 '아이들'을 희생시킨다. 적자생존과 자기보존의 규칙을 철저히 따르는 그들이 극 중 '어른'으로 묘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동심의 눈으로 본 그들의 이기심은 역겹다 못해 비참하다.

두드러지는 대비에서 관람객인 어른들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낀다. 영생을 얻으려 발버둥 치는 악당의 모습이 살기위해 남을 찔러야하는 현대 사회 속 나와 비슷해서인가. 협동보다는 경쟁이 익숙한 나이가 야속하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사진=영화 공식 스틸컷

인물들의 극명한 대조와 몽환적 배경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2005)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까지 독특한 동화를 묘사하는데 특출한 능력을 자랑하는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익숙한 분위기는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뷰를 낳는다. 매번 순수하게 정제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들던 감독의 창의성이 이번엔 아쉽다. 분명 자기복제성 동어반복이 존재한다.

팀 버튼에게 가장 잘 맞는 판타지란 무대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두근거리는 생기는 없고, 노련미만 넘친다. 시대의 시네마 천재도 나이는 속일 수 없나보다.

하지만 복제도 복제 나름, 천하 명품 팀 버튼이 요리한 영화는 그래도 맛있다. 순수하지만 기괴한 팀 버튼의 세상을 즐기는 팬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9월 28일 개봉.

[MBN 뉴스센터 홍태화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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