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기많은 금리조정형 중단…수요적은 기본형만 판매
입력 2016-10-26 17:49  | 수정 2016-10-26 22:05
주택금융공사가 2조원의 추가 한도 배정을 통해 14개 금융기관에서 적격대출 판매를 재개한다고 26일 발표했다. 하지만 연 2.7%대 저금리로 대부분의 대출 수요가 몰리는 대표 상품인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판매는 중단한 채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고정금리형(기본형)' 적격대출 상품만 판매하기로 하면서 적격대출 판매 재개를 기다려온 주택수요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적격대출 판매 재개라는 약속을 지키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잘 안 팔리는 상품만 시늉 내기식으로 내놨다는 비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14개 은행·보험사가 적격대출 추가 한도 배정을 신청해 2조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판매가 재개된 상품은 대출 만기 때까지 같은 금리가 유지되는 기본형 적격대출이다. 기본형 적격대출은 순수 고정금리라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 변동 위험 리스크가 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적격대출 수요자들이 꺼리던 상품이다.
A시중은행이 금리를 연 3.18%로 잠정 책정하는 등 대다수 시중은행은 연 3% 초중반대 금리로 기본형 적격대출을 판매할 예정이다. 반면 적격대출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년 고정금리 후 금리조정을 거친 뒤 또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판매는 중단됐다. 판매가 중단된 금리조정형 적격대출은 5년 단위로 고정금리가 변동되는 준고정금리 상품이지만 연 2.7%대의 낮은 금리를 무기로 또 다른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인기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간주돼 왔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가 판매 재개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주택구입자들은 이처럼 인기가 높은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판매 재개를 기대했지만 전격적인 판매 중단 소식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고정금리 상품인 기본형 적격대출도 26일 현재 대다수 시중은행이 판매 재개일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언제 또 대출 한도가 소진될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 전산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작업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몰라 출시 재개일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적격대출 추가 한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택금융공사는 "필요시 추가 배정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당초 한도 소진을 이유로 적격대출 취급을 중단한 바 있는 금융당국과 주택금융공사가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등 금융당국의 실질적인 총량관리가 작동하면서 시중은행의 자체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집단대출 금리도 줄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 금리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농협 6대 시중은행의 10년 만기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26일 현재 연 2.77~3.17%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월 연 2.59~2.85%에 비해 0.18~0.3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1.33%였던 가산금리를 이달 26일 1.39%로 0.06%포인트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0.05%포인트 올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7~8월 중에 부동산 금리를 인상했다"며 "가계부채 속도 조절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자체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대출과 중도금 금리도 당국의 속도 조절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연 2%대에서 연 3%대로 높이고 있다. 잠재적 주택담보대출 수요자 입장에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더 높은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박윤예 기자 / 김종훈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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