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술계약 당일 공시의무화
입력 2016-10-26 17:41  | 수정 2016-10-26 20:14
앞으로 삼성전자 같은 기술기업들의 기술계약 관련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기술도입·이전·제휴에 관한 건'의 경우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앞으로 해당 계약 건이 회사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계약이 발생한 당일 공시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2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규정상 '기술도입·이전·제휴에 관한 건'이 자율공시 항목에 포함돼 있어 기업들이 당일 공시할 의무가 없다"며 "이를 자율공시 항목에서 빼고 수시공시해야 할 중요한 정보에 포함시켜 기업들이 당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밤 7시께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받았으나 당일 공시하지 않고 다음날 오전 9시 30분께 공시했다. 그 사이 계약 해지 사실이 외부로 유출됐고, 장 초반 30분간 대량의 공매도가 발생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안을 자율공시 항목으로 판단해 공시 사유가 발생한 다음날 공시해도 된다는 규정을 악용했다. 현재 규정상 기업이 스스로 공시하는 자율공시는 사유 발생 익일까지 공시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약품의 기술계약 건은 기업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이기 때문에 당일 최대한 빨리 공시 의무가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중요한 기술계약 건에 대한 공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기존 자율공시 항목에 포함돼 있던 '기술도입·이전·제휴에 관한 건'을 자율공시에서 빼고, 수시공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시공시 대상으로 열거하지는 않으면서, '중요정보'의 예시 항목에 포함시켜 포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되면 한미약품과 같이 전날 밤에 공시 사유가 발생했을 때 늦어도 다음날 시간 외 시장이 열리기 전인 오전 7시 20분까지 공시를 해야 한다.

이처럼 공시 규정이 변경되면 다른 기술기업들의 공시 의무도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기술계약 관련 공시가 자율공시로 분류되면서 기업별로 공시 유무나 시점이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4년 초 미국 구글과 10년짜리 장기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양사 간 잠재적인 소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10년간 향후 나올 수 있는 특허에 대해서도 서로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내용도 공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2015년 8월 샌디스크와 반도체 관련 특허기술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이를 공시한 바 있다. 기술 관련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의 공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예경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