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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레이더 싱가포르] 中손잡은 필리핀서 투자기회 찾아라
입력 2016-10-26 17:17 
지난 7월 말 글로벌레이더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에 대해 소개하면서 상반기 전반적으로 양호했던 주식시장과 달리 하반기에는 국가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 우리가 가장 유망한 국가로 꼽았던 인도네시아 시장은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태국은 최근 국왕 서거 소식, 필리핀은 신임 대통령의 대내외 정치적 행보에 따라 하반기 주식시장이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6월 신임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8월 중순까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던 필리핀 주식시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강경책, 미국과 외교적 마찰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두 달 동안 증시가 10%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탈미친중(脫美親中)'의 대외 정책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으로부터 투자 유치 소식과 함께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긴 하다.
중국의 투자 유치는 필리핀 경제에 물론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필리핀의 부족한 인프라 시설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중 외교를 통해 필리핀은 중국으로부터 15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투자 지원과 90억달러의 소프트론(Soft loan·금리가 낮은 차관) 등 총 240억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과 투자를 약속받았다. 이를 통해 약 300만명의 추가 일자리도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필리핀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필리핀의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필요한 자금 지원도 약속했는데 특히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중국 마약조직들에 대해 중국 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발 방지에 필요한 15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 우호적 관계는 향후 필리핀의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필리핀관광청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전체 필리핀 관광객 800만명 가운데 4분의 1인 약 200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로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9만명에 불과했다.
다만 중국과의 긴밀한 정치·경제적 협력과는 대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필리핀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지금까지 필리핀 경제를 이끌었던 두 개의 축인 '해외 근로자의 모국 송금'과 '글로벌 기업의 콜센터 산업'에서 미국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 해외 근로자의 모국 송금액은 지난해 기준 연간 약 260억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미국으로부터 송금되고 있다. 콜센터 산업 역시 약 80%가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중국 아니면 미국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가지고는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필리핀 신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강경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외정치에 있어서만큼은 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필리핀 주식시장은 신정부의 새로운 정책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 확대로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심한 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에서 투자 기회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필리핀 인프라 투자, 여행업, 항공업, 은행업 등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브 왕 트러스톤싱가포르 애널리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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