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도 꼽히는 맨부커상이 48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작가의 품에 안겼다. 미국 작가 폴 비티(Paul Beatty·54)의 소설 ‘셀아웃(The Sellout)이 영미권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의 올해 영예를 안았다. 26일 저녁(현지시간) 맨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사학자인 어맨다 포먼 심사위원장은 이 작품이 조너선 스위프트나 마크 트웨인 이래 보지 못한 종류의 극도로 맹렬한 위트로 현대 미국사회의 핵심부를 파고 들고 있다”고 수상작을 설명했다. 또 소설은 읽는이에게 편안하기만 해선 안된다. 진실은 아름답기 어려우며, 읽는 이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인종 갈등이 극심한 현대의 미국을 그려낸, ‘우리 시대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비티의 4번째 소설로, 로스앤젤레스 교외 마을을 가상의 무대로 삼아 노예제와 인종분리 정책의 복구가 시도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289쪽에 걸친 소설은 아프리카계 흑인 ‘봉봉이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곳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흘러가며, 그 과정에서 인종에 대해 정형화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솔직하고 선의를 지닌 이 영웅은 부패한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며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이 묘사된다.
심사위원회는 이 소설이 작가의 고향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을 충격적이고도 예상을 벗어날 만큼 웃기게 그려냈다”면서 이 도시와 주민들의 초상을 애정과 신랄한 역설을 담아 그리면서 인종간 관계와 가정, 해결책에 대해 뻔한 시선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