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헬조선 상처받은 20대 시에 빠지다
입력 2016-10-26 08:00  | 수정 2016-10-26 11:47
【 앵커멘트 】
한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시 문학이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단문 위주로 전달·공유되는 모바일 SNS 문화의 확산과 각박한 삶을 위로받으려는 욕구가 커지며 시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상주 기자입니다.


【 기자 】
시인의 청량한 음성이 자그마한 공간을 채웁니다.

시를 듣는 사람들은 한 구절이라도 놓칠까 온몸의 감각을 동원합니다.

지난 6월 오픈한 신촌의 시 전문서점에서 열리는 낭독 회는 매번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 인터뷰 : 이승아 / 서울 하월곡동
- "기존의 언어가 아닌 다른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언어들을 시를 읽으면서 느끼고 그걸 말로 입에 담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좋은 거 같아요."

시의 인기는 서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년간 증가했던 시집 판매량은 올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1월부터 8월까지 시집 판매량은 전년도와 비교한 신장률에서 37.6%를 기록했습니다.

또 지난해 발행된 시집은 1,662권으로 3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 인터뷰 : 고영수 /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 "납본 통계에 의하면 2010년에 700여 종에서 2015년도에 1,660여 종으로 꾸준하게 시집 발간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도 시집을 구입하는 경향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자들이 다시 시에 빠진 것인 SNS와 단문메시지에 익숙해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 자체의 압축적이고 감각적인 문학적 특성이 최근 흐름과 맞은데다 소재와 이야기 자체가 삶과 멀지 않아 다시 주목을 받는 겁니다.

실제 SNS 활동이 가장 많은 20~30대의 여성이 시집 구매의 50%가 넘습니다.

▶ 인터뷰 : 최대호 / 시집 '읽어보시집' 작가
- "글을 읽기에는 시간상으로 부담돼서 짧게 시 한 편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으니까 내 생각을 대신 표현해주는 사람을, 글을 찾아서 사진을 찍고 저장하고."

취업과 불안한 미래, 치열한 경쟁 등 어려운 현실에 대한 치유로 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현실을 보듬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 구절에서 정서적인 위로와 치유를 구하려는 욕구가 높아진 겁니다.

▶ 인터뷰 : 유희경 / 시인
- "시를 읽으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아주 천천히 젖어들듯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거 같아요."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 등 대형 출판사들은 독자의 사연을 받아 직접 시를 써주고 시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생활 속의 시로 다가서며 변화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SNS의 시대, 공감과 소통을 앞세워 다시 돌아온 시의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상주입니다.

영상취재 : 박준영 기자·김 원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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