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단체여행객 축소 방침에 韓 기업들 초비상
입력 2016-10-25 16:31 
25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서 관광을 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중국이 한국행 단체여행객 축소에 나서면서 국내 면세점, 백화점, 호텔, 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정부의 저가여행상품 단속이 목적이지만,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대한 경제보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최근 ‘불합리한 저가여행상품 단속 통지 를 통해 해외여행 상품의 불합리한 가격과 부당경쟁, 쇼핑 강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내 여행사들에 따르면 여유국의 통지가 발표된 뒤 각 지역 지방정부는 여행사들에 전화를 걸어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객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과 태국행 저가여행상품 금지 △하루 1회로 쇼핑 제한 △관광객 수 작년 수준 유지 등이 담겨 있다.
중국이 저가여행 상품 규제에 나선 것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 3박4일 여행상품의 경우 일부 여행사는 항공권, 호텔을 모두 포함해 1999위안(약 34만원)에 판매해왔다. 손해를 입는 부분은 쇼핑 수수료로 채우는 것이 관행이었다. 단속대상으로 한국과 태국행 상품을 지목한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택하는 1, 2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쇼핑을 하루 1회로 제한하는 건 중국 국내 여행상품에서도 시행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단속기간인 다음달부터 내년 4월까지 중국인 여행객 감소와 이로인한 한국 면세점, 호텔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에 따르면 이 기간중 한국행 단체여행객을 작년수준으로 줄이려면 지금보다 규모를 20% 축소해야 한다.

한국의 유통업계는 중국발 비보에 ‘매출 절벽을 우려한다. 특히 면세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나라 주요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액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평균 70%로 절대적이다. 이달초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 받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62~78% 수준이었다. SK워커힐면세점은 작년 전체 매출액 2874억원 중 78%인 2254억원은 중국인이 지출했다.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그 규모가 62%에 달했다.
A면세점 관계자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쇼핑은 현재 최소 2회 수준인데 이걸 1회로 줄이면 매출이 쪼그라드는 건 시간 문제”라며 외국인 관광객이 이미 줄어들던 차에 인위적인 중국인 관광객 수 조정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털어놨다. B면세점 고위 관계자도 해외 소장들에게 문의한 결과 실제로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감축 지시가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시행될 경우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면세점의 매출액이 20% 쪼그라든다고 단순계산하면 롯데면세점은 6000억원, 신라면세점은 3200억원의 매출 급감이 예상된다. 다만 현재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단체 여행객과 개별 여행객이 4대6의 비중을 차지하므로 실제 매출 감소폭은 이보다는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화장품업계도 걱정이 많다. 화장품 유통채널인 면세점 매출 감소는 제조·판매사인 업계의 판매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 C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화장품 매출액 가운데 면세점 비중은 30% 수준으로 중국인이 면세점을 덜 찾으면 매출 축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도 울상이다. 특급호텔보다는 단체여행객을 주로 받는 명동 인근에 위치한 중견 호텔이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E호텔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고 5성급 호텔은 중국발 단체 여행객을 거의 받지 않아 타격이 덜하나, 서울 시내 가운데 특히 명동의 3·4성급 호텔과 비즈니스 호텔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위적인 중국인 관광객 수 감축이 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 우려가 현실화된 신호탄이라면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점유권 분쟁이 치달았던 2012년은 한국 유통업계에 뼈 아픈 교훈일 수 있다.
당시 중일 간 센카쿠열도 분쟁은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됐고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30% 급감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일본 관련업계 영향은 1년 가까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중국인 관광객 수 감축은 찬바람 부는 국내 유통업계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새봄 기자 / 김유태 기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