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리콘밸리 덮친 ‘차이나 인베이전’
입력 2016-10-24 15:35  | 수정 2016-10-25 15:37

우리는 중국에서 시작했습니다만 이제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우리에게 미쳤다고 합니다. 1% 가능성이이라도 있으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 아이헹어(ihanger)에서 열린 러 에코(Le Eco) 출시 발표회. 러 에코 자웨팅(Jia Yueting) 창업자 겸 최고영영자(CEO)가 스티브잡스를 연상케 하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러에코는 중국 스트리밍 서비스로 큰 돈을 벌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창업자 자웨팅은 중국 부자 순위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웨팅은 2~3년전부터 ‘생태계를 강조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 실리콘밸리로 건너와 스마트폰, TV, 스마트 자전거, 가상현실(VR)기기, 자율주행자동차 등 5종류의 신제품을 쏟아냈다. 지난 7월엔 미국 TV제조사 비지오(Vizio)를 20억달러에 인수하며 일약 글로벌 3위 TV 기업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날 러에코의 스마트폰(러프로3), TV(u맥스85) 등이 시장 파괴적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프리미엄 사양을 갖췄음에도 가격은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러프로3는 리베이트를 포함하면 299달러에 불과하고 85인치 돌비비전 내장 UHD TV를 39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러에코는 스마트폰에 연결되는 자전거 ‘슈퍼바이크, 자율주행 전기차 ‘러시프로(Le SEE Pro)도 선보였다. 실제 눈앞에서 본 러에코의 자율주행 전기차는 디자인으로만 놓고 보더면 테슬라 모델S와 비교해도 손색 없어 보였다.
그동안 중국 제품은 저가 복제품(카피켓)이란 이미지가 강했고 독자 브랜드를 가진 제품도 없었지만 러에코는 프리미엄급 제품에 시장 파괴적 가격으로 돌풍을 예고했다.애플, 구글, 넷플릭스, 테슬라, 삼성전자의 시스템 전체를 카피,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산타클라라에 50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매입, 실리콘밸리 대규모 사옥을 짓고 약 1만2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법률 전문가 조슈아 맥과이어, 삼성전자 북미 지역에서 갤럭시 시리즈가 안착하는데 기여한 데니 보우먼과 숀 윌리엄스를 영입하는 등 전문가도 속속 영입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을 실리콘밸리에서 연구개발 하는 중국 기업은 러에코가 처음은 아니다. 넥스트EV(NextEV)도 이달 산호세에 대규모 사무실을 연데 이어 미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에 자율주행차 실험 허가를 받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업자 바이두(Baidu)는 지난해 10월 서니베일에 사무실을 열고 인공지능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엔드류 응 최고과학자를 영입하는 등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DJI는 차세대 드론을 팔로알토에서 연구 중이며 알리바바, 제이디닷컴(JD.com) 등 중국의 온라인 커머스 회사들도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틀고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자본의 인수행렬이 이어진 끝에 올해 중국은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해외기업 인수 1위(금액기준)국가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현재까지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는 총 2066억달러(약 234조원)를 기록했다. 1791억달러(약 203조원)로 2위에 그친 미국을 여유있게 따돌린 수치다.
중국자본의 무차별 확장에 서방 정부들은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호주 등에서 중국의 대형 인수합병(M&A)가 제동걸린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까지 ‘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공포증) 대열에 합류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게 EU 외부로부터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집권당 소속인 귄터 외팅거 EU 디지털 경제사회부문 집행위원 역시 지난주 (중국자본 제한을) 유럽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서울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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