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로봇이 굴리는 펀드, 6개월새 1천억 몰려
입력 2016-10-21 16:14  | 수정 2016-10-21 19:49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굴리는 펀드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 6개월 만에 운용자산이 1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인간의 주관적 판단 대신 로봇이 빅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적 분석으로 자산배분 비중과 매매 시점을 결정하는 새로운 운용방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큰 셈이다. 최근 로봇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판매를 시작하는 등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택지는 점차 다양해질 전망이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운용순자산(AUM)을 집계한 결과 지난 20일 기준 총 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별로 살펴보면 쿼터백자산운용(850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100억원) 라임자산운용(50억원) 등이다. 쿼터백자산운용(당시 투자자문사)이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협력해 지난 4월 18일 출시한 국내 1호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가 나온 지 6개월 만의 성과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영역을 넓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최근 헤지펀드 상품으로도 처음 출시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부터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쿼터백로보롱숏' 헤지펀드를 업계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헤지펀드는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로보어드바이저가 주식·채권·금·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시황에 따라 투자 전망이 좋지 않은 국가·지역·자산군에 대해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공매도(숏) 전략을 병행한다. 연간 목표수익률은 7~10%로 일반 공모형 상품보다 2~3%포인트가량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 파운트와 합작한 '라임파운트' 헤지펀드의 경우 7월 말 자체 자금으로 펀드가 설정됐으나 현재 운용은 하지 않고 있다. 이르면 연말부터 운용과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성과도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출시 6개월 만에 500억원이 팔린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보수적 성향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채권혼합형과 적극적 성향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주식형 두 가지 상품이 있다. 채권혼합형 기준 6개월간 누적 수익률이 2.0%로 연환산하면 4.0%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ETF를 활용해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연 4~7%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하는 당초 목표치에 근접한 셈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달 5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 디셈버앤컴퍼니와 함께 만든 국내 2호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펀드인 'NH-Amundi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도 출시 한 달 반 만에 100억원 규모로 설정액이 늘었다. 이 펀드는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을 채권으로 담고 나머지는 해외에 상장된 ETF를 활용해 주식과 원자재 등에 분산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연간 목표수익률은 5~6%다.
또 다른 로보어드바이저업체 에임은 조만간 투자자문사 등록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자산배분 자문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연간 자문 비용을 0.5%로 기존 상품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춘 게 특징이다. 이 회사는 최근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십억 원 규모의 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를 활용해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해 연 4~7% 수준 수익률을 추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현재 주가연계증권(ELS)이 독차지하고 있는 국내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 시장에서 비중을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참가 업체 30여 곳을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내년 4월 16일까지 6개월간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당초 34곳이 신청했으나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진행된 사전 심사에서 일부 업체가 탈락했다. 금융위는 테스트베드 참가 업체들의 운용 현황을 오는 31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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