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인 모르게 주식 빌려주고 수수료 `꿀꺽`…`황당한 대주서비스` 바뀐다
입력 2016-10-18 17:55  | 수정 2016-10-18 19:35
코스닥 상장 종목을 자주 신용거래하는 40대 개인투자자 김 모씨는 최근 지인에게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증권사에서 연 8% 신용이자를 주고 산 주식을 주인인 자신도 모르게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빌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화가 나는 건 신용거래 주식을 담보로 가진 한국증권금융과 증권사들이 대주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과 수수료를 주인에게 전혀 나눠주지 않고 '꿀꺽'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금융위원회가 증권사들의 황당한 대주(貸株) 서비스에 '메스'를 들이대기로 했다. 대주란 증권사가 공매도를 하려는 투자자에게 연 5% 내외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60일 한도로 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개인이 신용거래로 매수한 주식은 증권금융이 담보로 갖는데, 증권금융과 증권사들이 주식 주인에게 고지나 동의 절차 없이 대주를 해주고 수수료를 독식하는 데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1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신용거래 주식을 증권금융이 증권사를 통해 대주를 해줄 때 투자자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고 합당한 수수료도 지급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증권금융은 증권사들과 협의해 대주에 따른 별도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신용거래 이자에서 차감하는 방식의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개인이 주식 신용거래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릴 때 약관에 신용대출 금리 정도만 들어가 있고 대주가 된다는 내용은 없다"면서 "증권금융에 담보 주식에 대한 대주 사실을 주주에게 명확하게 고지하고 대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신용거래 담보 주식을 활용한 대주 물량은 연간 약 300억원이다. 28개 증권사가 주식을 빌려주는 대가(수수료)로 약 5%, 연 15억원가량의 수익을 나눠 갖고 있다. 또 증권금융은 주식을 빌려간 투자자가 공매도를 통해 보유한 현금에 대한 운용수익으로 연간 1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대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 연간 약 3억원 가운데 대부분은 증권사에 돌려주고 증권금융은 시스템 운영비만 갖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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