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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프런트-감독 갈등 속 ‘기적의 3위’
입력 2016-10-18 17:46 
준플레이오프를 마치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염경엽 감독.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오랜 ‘불편한 동거가 끝났다. 염경엽 감독이 17일 밤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된 ‘끝은 넥센 구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마무리됐다.
염 감독은 지난 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 패장 인터뷰서 돌연 넥센에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을 얻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기회 주신 이장석 대표님, 함께 성장한 선수들, 항상 열렬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깜짝 발언으로 감독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발표했다.
염 감독이 넥센 감독을 그만두는 건 이미 구단과도 합의된 이야기였다. 단지 구단이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나왔을 뿐.
야구계에서는 시즌 종료 후 염 감독과 넥센의 ‘불편한 동거는 끝맺음할 거라 여기고 있었다. 한 야구인은 직접 들은 건 없었지만 지켜보면서 그만둘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단과 현장의 불화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고.
넥센은 하루 지난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월 1일 올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겠다고 한 염 감독을 만류하면서 동시에 더 좋은 환경을 위해 떠나겠다면 동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건 맞다”며 하지만 소속팀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건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염 감독의 거취 관련 여러 내용에 대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감독과 프런트의 깊은 감정의 골은 쓰고 다시 수정하고를 반복한 끝에 배포했을 보도자료에조차 오롯이 드러나 있다. 그동안 말로 전해지기만 했던 감독과 프런트의 갈등이 실재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넥센의 정규시즌 3위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였는지도 알 수 있게 한다. 넥센은 2015 정규시즌 4위를 하면서 3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렀다. 그러나 시즌 후 강정호에 이어 주포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유한준마저도 FA로 팀을 떠났다. 한현희, 조상우 등 주축 투수 전력까지 잃었다.

이에 어려운 시즌을 맞을 거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넥센의 올 시즌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지어 2년차 kt보다도 못한 전력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넥센은 이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규시즌 3위라는 성과를 올렸다. 염 감독이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미디어데이서 시즌을 앞두고 넥센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포스트시즌에도 예상이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마지막까지 예상을 뒤엎는 힘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싸운 넥센이다. 김하성, 고종욱, 임병욱 등 젊은 선수들이 패기를 보탰고 새로운 세이브왕 김세현을 배출해냈다. 염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대치를 뽑아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를 내주면서 시즌을 완전히 접었지만, 큰 갈등 속에서 얻어낸 상위권 성적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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