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국내 1위 선사로 올라선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미주노선 등 알짜자산 인수에 나선다.
18일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 인수를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상선은 우선 예비입찰에 참여해 매각 대상 자산 실사를 벌여 미주 영업망 가치를 평가해본 후 본입찰 참여를 결정한다. 이에 앞선 14일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 영업권과 물류 시스템, 해외 자회사 7곳, 컨테이너 선박 5척, 노선 담당 인력 등을 매각한다는 공고를 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일단 예비입찰에 뛰어들어 한진해운 자산을 실사하면서 미주·아시아 노선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산이 뭐가 있는지 계산해본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며 알짜자산 인수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결정이 나오면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주노선은 한진해운이 매년 3조~4조원씩 매출을 올렸던 ‘알짜 노선이다. 한진해운은 종전까지 아시아~북미항로 시장 점유율 7.39%로 대만 에버그린(10.2%), 덴마크 머스크(9.0%)에 이어 세계 3위다.
하지만 법정관리로 해운 노선이 붕괴되며 해외 선사가 공격적으로 미주 노선을 치고 들어왔다. 현대상선 미주노선 점유율은 4.5%로 세계 13위다. 법원은 한진해운 미주노선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조속히 매각에 나섰다.
다만 현대상선이 최종적으로 미주 노선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 미주노선이 현대상선 노선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대형 컨테이너 선박과 스페인 등 해외 자회사·터미널 중 선별적 인수에 나선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매각 공고한 자산 전체를 인수할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일부 자산만 인수할지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오는 28일까지 한진해운 자산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기업에 예비 실사 기회를 주기로 했다. 본입찰은 다음달 7일 진행된다.
한편 이날 한진해운은 노사협의회를 열고 본사 인력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자산 매각에 맞춰 신속한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사측과 달리 노조에서는 구조조정이 자산 매각 윤곽이 드러나는 다음달 초 이후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이미 미주·유럽 등 한진해운 해외지점은 현지 고용 직원 퇴직 신청을 받으며 자체 인력 감축 작업을 벌였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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