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책없이 대출만 죈 정부…불똥 튄 서민들 ‘어떡하나’
입력 2016-10-18 15:07  | 수정 2016-10-19 15:08

#서울에 사는 강모(66) 씨는 하나 밖에 없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곧 만기가 다가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대출 연장이 쉽지 않을 뿐더러, 연장을 하려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는 상황. 자영업을 하는 강씨는 가뜩이나 장사가 시원치 않은데 앞이 캄캄하다. 빚을 갚기 위해 수십년 동안 살던 집을 처분하는 것은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기에는 자식들 형편도 녹록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빚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죄면서 돈 빌리기 힘든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비교적 대출 심사가 덜 까다로운 2금융권마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뻗치면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8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표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 한도가 이달말부터 현행 50~80% 수준에서 40~70%로 낮아지고, 담보물 특성에 따른 가산 폭도 10%에서 5%로 축소된다. 또 담보가 있더라도 원리금을 갚을 소득이 없으면 대출이 어렵게 된다.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상환 능력을 따져 심사가 깐깐해진다. 은행권은 이미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출 신청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가 가계빚 억제책으로 은행권 대출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찾는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대출이 보다 깐깐해질 것을 예고하면서 대출만기 연장이나 추가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의 발등에 당장 불똥이 떨어졌다.

상호금융권은 현재 대출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가닥을 잡은 만큼 예의주시 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은 은행권과 비교해 그나마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연 3%대 수준)이 낮아 은행 문턱을 못 넘은 서민들이 필요한 자금을 빌려 쓰고 곳이다.
서민들의 자금 조달 창구인 새마을금고를 보면 2015년 기준 금고 당 평균 대출 규모는 561억원으로 2014년 대비 12.9% 늘었으며, 전체 대출은 74조8320억원으로 9.9% 증가하는 등 서민들의 자금 수요가 꾸준하다. 총 대출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이상으로 정책적으로 대출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경우 서민가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자금 대출이 많은 신협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총 대출은 43조581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8% 늘어 서민들의 자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2금융권에서 가계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 업권의 대출이 정책적으로 축소될 경우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가 우려된다. 필요한 자금이 가계자금인 만큼 자금조달 없이는 생활 유지가 어려울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이라 할지라도 서민들의 자금 수요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140만여명이 이 시장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출규제로 이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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