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재인, 與 '송민순 회고록' 난타 속 경제 마이웨이
입력 2016-10-18 08:52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與 '송민순 회고록' 난타 속 경제 마이웨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동으로 여당의 집중 공격에 직면한 와중에서도 경제행보를 이어가는 등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나온 '2007년 11월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입장 결정때 북한의 입장을 물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는 문제의 대목과 논의 초기에 문 전 대표는 인권결의안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재정 전 통일장관의 주장 등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직접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 여권의 공세에 확실한 방어막을 치지는 못하는 양상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송 전 장관의 증언이 사실에 어긋난다는 증거를 백방으로 수집하는 등 반격 준비를 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당시 논란의 사실관계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면서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이지만 여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문 전 대표측은 완벽한 대응 준비가 갖춰지기 전에 이전투구식 진실공방으로 국면이 번질 경우 여권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 있다는 염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번 일로 그동안의 '경제행보'가 휘청거린다면 그야말로 여권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것이라는 내부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 측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당시 논의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증언을 취합하고 반박자료를 구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17일로 예정돼 있던 이익공유 기업 '디와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는 취소하지 않고 강행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경제성장의 혜택이 대기업에만 편중되지 않고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의 가계까지 고루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해 국민성장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그렇게 해야만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간담회 전 전기차를 시승하기도 했고, 간담회 후에는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습니다. 사진을 함께 찍는 직원들에게는 농담을 섞어가며 "나중에 사진값을 하셔야 한다"고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회고록과 관련한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경제현장을 주로 찾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소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죠"라며 본인은 뚜벅뚜벅 경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다만 취재진이 이재정 전 통일장관 등이 언급한 대로 "2007년 11월 당시 초기에는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안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여당을 강력히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기업방문 행사 시작 직전 "새누리당은 북한 덕분에 존속하는 정당"이라며 "허구한 날 종북타령과 색깔론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고 있으니 우리 경제와 민생이 이렇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하는 등 강력한 정치적 비판을 동시에 내놨습니다.

이처럼 사실관계에는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정치적 비판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가 여권이 추궁하는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입장을 표명할 경우 거듭해서 '진실공방'으로 사태가 번질 것이라는 점에서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어설프게 사실이 파악된 상태에서 공방이 벌어진다면 작은 말실수도 치명타가 될 우려도 있습니다.

대신 문 전 대표는 여당에 정치적 비판으로 응수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증거' 수집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정교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게 문 전 대표측 분위기입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과 어긋난다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입증돼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결정적인 단서가 한두 개만 더 나오면 확연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측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문 전 대표의 입을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논란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문 전 대표에 대한 여권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습니다.

NLL(북방한계선) 논란 때처럼 명확히 사실이 판명되지 않은 채 이전투구식 논란이 길어진다면 결국 문 전 대표에 상처가 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제2의 NLL 사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정교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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