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중인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4개섬을 러시아와 공동통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실효지배중인 북방영토 4개섬을 한꺼번에 돌려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단계적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해 4개섬 공동통치 방안을 러시아와의 협상안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제시한 ‘새로운 접근법의 일환”이라며 12월 러일 정상회담에서 합의점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12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현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방영토 문제에 대한 기본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북방영토 4개섬이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러시아가 점유해온 섬들로 1956년 당시 구 소련은 일본과의 공동선언에서 시코탄, 하보마이 두 곳을 반환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은 이후에도 4개섬 모두가 일본 땅이라며 끈질지게 반환을 요구해왔으나 실질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측은 이를 거부해왔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2기 집권 이후 북방영토 4개섬 귀속을 필생의 외교 과업으로 꼽고 외교적 총력전을 펴왔다.
취임 직후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다자외교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수시로 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해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5월 소치에서 통역없이 단 둘이 정상회담을 가져 새로운 해결방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지난 9월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6000억엔(약 6조5000억원)대의 경제협력 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국의 양해를 받아 대규모 경제지원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어서 북방영토 해결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코탄 하보마이 두 곳 정도만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권은 두 곳만 반환받을 경우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동통치라는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시코탄 하보마이 두 섬만 반환하고, 나머지 두 곳은 공동통치하는 방안을 축으로 조정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4개 섬 모두에 대해 일본이 강한 시정권을 갖는 조건으로 4개섬 모두 또는 이투루프를 제외한 3개섬에 대한 공동통치를 하는 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정부 대변인)은 이날 공동통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12월 야마구치 러일 정상회담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북방영토 타개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