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열강의 체스판 된 시리아,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른 비극
입력 2016-10-16 17:24 

지난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는 또 한번의 분수령을 맞았다.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최고위급 회담으로 시리아 휴전협정 재협정에 돌입했으며, 유럽연합(EU)은 이번주 외무장관 회담과 정상회의를 잇달아 개최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의 움직임과는 아랑곳없이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데체 인구 1500만의 산유량도 크지 않은 조그만 시리아가 왜 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복잡한 각국의 이해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스위스 로잔에서 만나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알레포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 반군 내 테러조직 제거 등 휴전 전제 조건들을 논의했지만 휴전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담 후 협상 당사자들 간에 몇몇 흥미로운 구상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며 가까운 시일 내의 추가 접촉에 합의했으며 사태해결을 위한 모종의 합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레포 공습으로 러시아가 시리아에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배치하고, 러시아군의 항구주둔을 비준한 반면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의 직접 타격을 검토했으나 일단 이번 미국·러시아 접촉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러나 EU가 독일을 위시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선포했고, 프랑스가 러시아의 알레포 공습을 ‘전쟁범죄로 규정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운운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시리아는 중동에서도 소국(한반도 면적과 엇비슷)에 인구 1500여만명에 불과하고, 산유량도 하루 3만배럴에 불과할 정도로 자원 소국이다. 그럼에도 전세계이 이목이 시리아에 집중되는 것은 시리아가 지중해,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지정학적인 중요성 때문이다. 시리아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을 잃을 경우 각국은 치명상을 입을 것을 우려하기에 시라아 내전이 ‘국제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유다.
러시아가 최근 MD를 배치한 시리아 타르투스항은 러시아가 지중해로 진출하는 유일한 루트다. 이곳에 군사기지를 보유한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였던 하페즈 아사드는 친소(蘇)정책을 꾸준히 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발판으로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전 상황인 중동의 예멘과 아프리카 소말리아에도 개입할 태세다. 러시아가 동유럽을 넙어 중동·아프리카로의 ‘서진 정책을 펴는 데 시리아는 절대 서방에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미국과 EU로서도 같은 이유로 시리아에서 한발짝도 물러수 없다. 그동안 지중해에 대한 제해(海)권 장악을 통해 안정적 원유 공급과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해왔던 질서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과 EU가 수세적인 입장이다. 서방은 그동안 민주주의·인권이라는 명분을 포함해 핵개발 문제를 일으키던 이란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시리아 반군을 지지해 왔다. 중동에서 이란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핵협상 타결 이후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중동 문제에 끌어들이면서 서방의 입김은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멸을 위해 미국이 터키를 개입시키면서 시리아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치닫고 있다. 터키는 IS 격멸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터키는 서방을 등에 업은 시리아 내 쿠르드계를 방치할 경우 자국 내 쿠르드족이 연계해 터키의 정정 불안을 비롯한 영토 분할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대 시리아 정책 지지를 표명한 데도 이런 속내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시리아 정세는 100여년 전 일본 러시아 청나라 구미열강의 힘겨루기에서 단말마의 숨에 헐떡였던 대한제국과 흡사하다는 평가다. 영토가 협소하고 자원이 빈역하면서도 ‘사통팔달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는 시리아의 그것과 같다는 것이다.
내전 시작이래 지금까지 시리아에서는 29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졌고, 400만여명이 넘는 국민은 전쟁을 피해 국내외를 떠도는 난민 신세가 됐다. 연일 공습으로 피 흘리는 시리아 국민 눈물은 언제쯤 그칠 수 있을 것인가.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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