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평균연봉 9천만원' 현대차 파업에…협력사 근로자는 눈물만
입력 2016-10-16 15:48 
사진=연합뉴스
'평균연봉 9천만원' 현대차 파업에…협력사 근로자는 눈물만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은 조합원의 임금인상을 가져왔지만 수 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현대차'에 대한 회복하기 어려운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습니다.

평균 연봉 9천만원이 넘는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벌인 파업 피해는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협력업체와 근로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일부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파업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는 현대차는 특히 올해 장기 파업으로 엄청난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더이상 현대차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안티 현대' 확산을 자초했습니다

◇ 5개월 넘는 교섭에 24차례 파업…3개월간 특근도 거부

현대차 노사는 올해 5월 17일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해 5개월이 지난 14일 최종 타결에 이르렀습니다.


보통 7월 말 여름 휴가 전이나, 8월 휴가 이후, 9월 추석 전까지 3차례 시기를 즈음해 협상을 타결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길었습니다.

노사는 협상 과정에서 8월 24일 추석 전 한 차례 잠정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임금인상안이 낮은 데 대한 조합원 불만 등으로 찬반투표에서 역대 최대인 78.05%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이는 결국 교섭을 더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요인이 됐습니다. 27차례 협상에 파업만 24차례 벌였습니다.

전면파업도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개했습니다. 주말 특근도 3개월가량 모두 12차례나 거부했습니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과 특근 거부로 생산차질 규모 누계가 14만2천여 대에 3조1천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역대 파업 생산차질 규모로는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25년 파업 역사상 최대"라고 밝혔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조합원의 임금 손실 규모도 역대 가장 많았을 것으로 회사는 추정합니다.

◇ 모기업 파업으로 협력업체는 생사기로에…양극화 심화

모기업 파업에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파업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경영이 어려운 일부 업체는 생사기로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가뜩이나 힘든 협력업체는 곤궁의 나락에 떨어지고 전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습니다.

현대차는 재고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완성차 생산에 맞춰 부품을 적기에 납품하는 방식(JIT:Just In Time)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현대차 생산라인이 멈추면 대부분 협력사도 일손을 놓아야 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부품 협력업체는 348개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이들 1차 협력업체는 현대차와의 부품 거래로 하루 9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모기업 파업 때문에 부품을 제 때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월 들어 현대차 협력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생산설비 가동률이 파업 이전 91.6%에서 파업 이후 68.3%로 23.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모기업 노조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의 총 매출 손실액이 1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습니다.

여기에다가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집니다. 2, 3차 협력업체는 5천여 개사에 이릅니다.

협력업체는 보통 현대차 외에도 다른 완성차에도 부품을 납품하지만, 현대차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연간 기준 수백억 원대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결국 모기업은 노조 파업으로 임금과 복지혜택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협력업체는 매년 두 손 놓고 모기업의 파업피해만 떠안으면서 경영 위기를 겪는 양극화 구조만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운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의 일자리와 임금 인상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중소기업 근로자를 외면한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인건비·비용 절감 성과를 대기업이 전유하는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대차와 기아차 고액 연봉이 온전히 조합원들의 노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2·3차 협력업체의 노력이 더해진 것인지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지금은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이 어느 한 기업만이 아니고 수많은 협력기업과의 공존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기업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국민 비판 고조…'안티 현대' 확산

현대차의 파업을 보는 국민과 소비자는 차갑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14일 현대차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포털 사이트 등에는 비판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대부분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현대차 협상과 노조의 파업 과정 등을 지켜보며 상실감과 반감을 표출했습니다.

"노조의 파업 손실과 현대차가 올린 임금만큼 차 가격을 올려 메울 것"이라고 불신했습니다. 파업 손실이나 임금 인상이 결국 차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들이 부담을 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연봉을 더 달라는 파업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현대차를 절대 사지 않겠다"는 '안티 현대'가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누리꾼들은 포털 사이트 등에서 "현대차는 절대 사지 말자"고 외치거나, "국민의 마음이 너무 많이 돌아서서 현대차는 내수 점유율 하락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고 경고했습니다.

일부 울산 시민들도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으로 임금을 올리고, 차 가격을 인상하면서 자기들은 차를 20∼30% 싸게 구입하는 등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기업 이지와 제품 이미지는 이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가세했습니다.

◇ 노사관계 전망

현대차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29년 동안 파업하지 않은 해가 4년뿐입니다. 1994년과 2009∼2011년까지입니다.

3년 연속 파업하지 않은 해는 노조 집행부가 합리 노선의 이경훈 위원장 시절이었습니다.

합리 성향의 노조가 다시 출범하지 않는 이상 무분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금속노조 위원장까지 지낸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 박유기 위원장이 집행하는 내년까지는 노조가 각종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수십 개에 달하는 단체협약 신설 또는 개정 요구안을 놓고 협상하기 때문에 노사는 또다시 충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권혁 교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지금과 같은 소모적 교섭과 파업방식은 노사 모두 지는 구조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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