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신용보증기금의 설립 취지를 크게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4일 국정감사에 앞서 신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유동화 보증 규모가 2013년 3조4107억원에서 2015년 1조7081억원으로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진해운, 현대상선, 동부체철 등 부실 대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보증은 2013년 3조4444억원에서 6조3771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심 의원은 신용보증기금이 정부에 떠밀려 대기업 회사채를 보증하느라 애꿎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문제는 한진해운처럼 부실화됐을 때 이 계정들을 함께 이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이 계정이 부실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차환(보증 연장)이 축소되거나 불가능해 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13년 7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동부제철 등 대규모 회사채 만기도래로 일시적인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차환발행을 지원하는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회사채 신속인수제)을 발표했다. 회사채 만기도래분 20%를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환하면 나머지 80%를 산업은행이 인수하고 이중 60%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편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가 부실 기업에 지원되면서 오히려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로 막고 부실만 키웠다”고도 심 의원은 꼬집었다.
또 정부는 매번 이름을 달리해 신용보증기금의 팔을 비틀었다”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가 ‘은행자본확충펀드라는 이름으로 당시 도관은행이었던 산업은행이 펀드에 돈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신보가 보증을 서도록 한 사례를 들었다.
올해는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은행→기업은행→자본확충펀드로 이어지는 대출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앞으로 닥쳐올 석유화학, 철강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다시 무슨 해괴한 이름의 국민혈세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신용보증기금의 설립취지를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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