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편의점은 은퇴자의 무덤" 질주하던 주가 제동
입력 2016-10-14 16:19  | 수정 2016-10-14 19:53
1인 가구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질주하던 편의점 주에 제동이 걸렸다. 편의점 수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치킨집에 이어 편의점이 은퇴 후 창업한 중장년층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내놓고 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BGF리테일은 전날보다 7500원(4.17%) 하락한 17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GS리테일 주가도 1.7% 하락했다. 편의점 주의 하락은 하반기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BGF리테일은 6월 30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15.7% 하락했고, GS리테일도 같은 기간 13.9% 급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편의점 주가가 2014~2015년 2년 동안 무려 2~3배 이상 무섭게 오르던 추세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2013년 말 2만7900원이던 GS리테일 주가는 작년 말 5만38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고, 2014년 5월 23일 상장한 BGF리테일은 5만8300원에서 작년 말 17만1500원까지 194% 오른 바 있다.
편의점 주의 상승세가 갑자기 꺾인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 급감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이 지난 3월부터 한 자릿수로 확 줄었다.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도 채 안 되는 1.8% 수준에 그쳤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 매출에서 무려 45.9%를 차지하는 담배 매출이 최근 급감한 탓이 컸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 초 점포당 매출액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초 담배 가격 인상으로 담배 소비가 부진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담배 매출 증가에 따른 점포당 매출액 증가 효과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서 머지않아 점포당 매출액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 증가로 도시락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현재 도시락이 편의점 성장률에 기여하는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일일배달 가공식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2%에서 지난해 10.8%로 오히려 1.2%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2013년 대비 2015년 월평균 도시락 판매량이 1만7000개 증가했지만 삼각김밥과 김밥 판매량은 각각 10만7000개, 2만8000개 감소했다. 도시락 매출 성장이 기존 품목 판매량 감소를 기반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매출에 기여하는 바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얘기다.
차 연구원은 "편의점 점주는 지난해 연평균 4081만원의 세후 순이익을 얻은 데 이어 올해는 4166만원의 세후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담배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고 편의점 수가 8.5%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내년 점주가 얻는 세후 순이익은 3206만원으로 올해보다 23%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의 급격한 편의점 창업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 편의점 창업이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편의점 업종 주가 또한 일본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에서 주요 편의점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8%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9%로 더 높다는 것이다.
차 연구원은 "지난해 편의점 매출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로 일본(2.06%)의 절반 수준이어서 편의점 업계가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하겠지만 이미 주가에는 향후 예상되는 성장 가능성까지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편의점 관련 주식의 보유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편의점보다 먼저 '레드오션'에 들어간 치킨 프랜차이즈 업종도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치킨 및 수제버거 브랜드인 '맘스터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해마로푸드서비스는 편의점주와 마찬가지로 6월 30일 2650원이었던 주가가 하반기 들어 17.5%나 급락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령 인구 및 1인 가구 증가로 한국인의 식습관이 일본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관련주의 주가가 지난해 크게 올랐지만 생각만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주가가 오르더라도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들 업종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6조2731억원의 매출과 22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GS리테일은 올해 7조3602억원의 매출과 2247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외형은 성장하겠지만 수익성은 하락한다는 얘기다. BGF리테일은 매출액이 4조3343억원에서 5조747억원으로 17%, 영업이익이 1836억원에서 2031억원으로 11% 늘어나겠지만 올해의 성장 속도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BGF리테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29%와 48% 늘어난 바 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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