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터뷰] 박현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 “가락시장 등 농수산물 수출 전진기지로 만들터”
입력 2016-10-10 14:24  | 수정 2016-10-10 15:46

올해 정부는 30만톤 안팎으로 예상되는 쌀 초과 생산분 전량을 한꺼번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쌀 값 폭락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올해 산지 쌀값 80㎏ 한가마니는 13만3436원으로 20년 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가격 폭락 농산물은 쌀 뿐만이 아니다. 올초 스페인산 오렌지 수입이 늘어나자 대체재인 참외 가격이 3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 같이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서는 농산물도 수출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현출(61)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도 농수산물 수출로 가격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농식품전문가 중 한명이다.
박 사장은 농식품의 경우 매년 30만 명분의 소비분량 만큼을 수입산이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농식품의 가격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 수입 물량 만큼은 수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농식품은 가격 유지가 안되고 이로 인해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농수산물 수출은 단순히 외화 획득 차원을 넘어 우리 농·어업을 살리기 위한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며 이것이 정부가 농수산식품 수출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 가락시장 등을 현대화 시켜 농수산물 수출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는 게 박 사장의 복안이다. 공사는 가락시장과 함께 강서도매시장, 양곡도매시장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가락시장을 도매전문시장으로 만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산지 농산물을 처리하고,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가락몰은 한국의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하면 세계적 관광명소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농산물 수출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전국 농산물을 취급하는 가락시장 특성과 인프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식품 수출 활성화는 곧 농산물 가격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사장은 농산물 수출 활성화 차원에서 10일 베트남과 농산업 교류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 수출 전진기지화로의 돛을 올렸다. 앞으로 호주, 일본 등과도 교류를 확대해 농산물 수출 한류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현출 사장을 만나 농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최근 베트남 농산물 유통기관과 마트 관계자들이 방문해 농수산식품 유통현장을 살펴보고 10일에는 가락시장 수출 유통인과의 수출상담회 등도 갖는다. 도매시장 기반 수출 추진 배경과 진행 상황은
유통인들의 의식전환과 도매시장 물류인프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면 도매시장 경쟁력 향상과 함께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다. 이스라엘의 예를 들면 척박한 사막에서도 농업생산량의 3분의 2를 수출하는 농업수출국을 지향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비해 훨씬 좋은 여건을 가진 우리의 농업도 수출을 통해 지금의 2~3배로 성장할 수 있다. 농업 수출국으로 자리매김 시 종자산업부터 시설자재, 친환경방재, 가공, 수출 등 전·후방 연관산업들이 성장,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락시장 등도 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대량의 단품 수출에는 산지기반 수출이 유리하지만 소량 다품목 수출에는 도매시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도매시장에는 농수산 가공품과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구색을 맞춰 상품들을 단시간 내에 저비용으로 컨테이너에 채우는 게 산지보다 유리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올해 2월부터 수출지원 TF팀을 구성해 도매시장 기반 농수산식품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도매시장 기반 수출 시 도매시장법인(경매), 중도매인(도매) 수출 등 여러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 이 경우 하나의 비용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의 출하는 5톤 이상의 대형 화물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송단가 면에서 저렴하고 도매시장에는 여러 품목과 품질의 상품이 구비돼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수출 품목과 물량에 따라서 소량인 경우 여러 과정을 거치겠지만 경우에 따라 수출유통인이 매매참가인으로 등록해 직접 경매에 참가, 수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산지 생산자와 전자거래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때 물품은 도매시장에 반입할 필요 없이 산지 생산자로부터 직접 받아 수출하는 물·상분리(物·商分離)를 원칙으로 한다. 도매시장법인은 겸영사업으로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도매시장법인 직수출 등 유통단계를 최소화 해야 한다.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산지 생산자와 전자거래 할 경우 어떤 점이 유리한가
도매시장법인을 통할 경우 정확한 생산자 정보는 물론 대금정산의 안전성까지 담보해 저렴한 탐색비용으로 안전한 수출이 가능하다.”
-도매시장 기반 수출을 추진할 경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적(농안법) 문제는 없나
현 농안법은 도매시장 기반 수출을 가정해 제정한 법이 아니라 수출 유통인에 대한 지원 근거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출 유통인의 역할과 기능에 비춰 시설사용 조건 등에서 중도매인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 근거가 미흡하고 수출 등외품은 출하자 등록도 필요하다. 이 같은 점을 정부에 건의해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NH농협무역과는 어떻게 다른가
NH농협 무역이 직접 수출을 담당하는 회사라면 우리는 농산물 도매상들을 규합해서 수출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도매시장 기반 농산식품 수출 성과와 향후 계획은
먼저 ‘도매시장 기반 농산식품 수출을 해보자라는 분위기 확산이 가장 큰 성과다. 이를 희망하는 30여 수출업체로 구성한 수출유통인 협의회를 구성, 운영 중이다. 구 공사 청사에 수출 유통인 사무실을 마련해 15개 수출 전문업체들이 입주했고, 1층에는 저온저장고와 패킹작업장 등을 갖춘 농수산식품 수출센터도 마련했다. 이제부터는 수출 성과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그 일환이 매경미디어그룹과 해외농업자원개발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한·베트남 농산업 진출 활성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수출 성공사례를 소개해 달라
도매시장 기반 농수산식품 수출 사례로 먼저 ‘파란해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멸치 등 건해물을 미국 H마트에 매주 1컨테이너씩 수출하고 있다. 또 ‘명성농산은 미국, 캐나다에 활어 횟감용 깻잎, 미나리 등 채소류를 수출하고 있으며 ‘참맛태광은 하루티앤씨를 통해 과일, 과채류 15개 품목을 몽골에 수출 중이다. 이 외에도 리마글로벌은 최근 개척한 홍콩마트에 배와 팽이버섯을 수출한데 이어 앞으로 가락시장 과일, 채소를 주 1~2 컨테이너씩 홍콩마트에 수출할 예정이다.”
-한·베트남 농산업 수출 활성화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중국을 대체할 신흥 유망시장으로 부각하고 있는 베트남과의 수출 활성화 프로그램은 뜻 깊은 사업이다. 특히, 방문자들이 베트남의 3군데 대형마트 관계자란 점에서 다품목 구색상품 수출이 용이한 도매시장 기반 농산식품 수출 콘셉트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양국간 수출입 플랫폼을 구축하는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
■ He is…
1956년 전남 무안 출신인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1981년 25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업정책국장, 기획조정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친 뒤 2011년 1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임한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자리는 박 사장이 지금까지 거쳐간 공직의 길과는 다른 첫 번째 기업인 셈이다.
박 사장은 국가경제도 어렵고 농업은 더 어렵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우리 농어촌을 살리는데 수출 농업 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퍼플 오션인 수출 농업,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겠지만 수출 활성화의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김경택 기자/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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