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돈의 힘…재건축·분양시장 신기록 행진
입력 2016-10-09 17:20  | 수정 2016-10-10 08:06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90블록 일대 총 7628가구로 지어지는 `그랑시티자이`의 견본주택에 지난 주말 사흘간 7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 제공 = GS건설]
"대출을 조여도 막기 어렵다."
정부가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전국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을 의무화했지만 서울 강남과 세종시 등 일부지역 부동산 시장은 대출규제를 비웃듯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8·25 가계부채 대책이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장기 저금리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출을 조여도 시중 유동자금이 풍부해 이미 검증된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단지 아파트값은 3.3㎡당 4012만원으로 사상 처음 4000만원대에 들어섰다.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2006년 3635만원까지 올랐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2012년 2967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013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3구 중에서는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3.3㎡당 435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달 처음 4000만원대에 진입한 서초구는 최근 4109만원까지 올랐다. 송파구는 3106만원을 기록 중이다.
실제 재건축이 예정된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58㎡의 현재 시세는 13억원대로 3.3㎡당 가격은 7000만원이 넘는다. 강남구 압구정현대 5차 전용 82㎡의 현재 시세는 18억원대 중반으로 3.3㎡당 가격은 7500만원에 근접했다. 압구정현대는 재건축단지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이고 35층 층수제한을 받게 됐지만 상징성과 희소성이 부각되며 연초 대비 3억~4억원 가격이 올랐다.

강남 재건축 가격이 천장을 뚫고 치솟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아크로리버뷰(신반포 5차) 등 최근 3.3㎡당 평균 4000만원 이상으로 분양한 단지들이 모두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평균 4194만원, 아크로리버뷰는 평균 4137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재건축 단지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고점 회복세를 지켜본 시중 유동자금이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집중 유입되고 있는 것도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이면서 동시에 강남 재건축 테마 장세로 봐야 한다"며 "테마를 떠받치는 것은 고분양가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마장세는 2006~2007년에 봤듯이 한꺼번에 식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강남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신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신기록 행진은 세종시와 강동구 재건축 단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계룡건설과 한양이 지난 6일 청약접수를 한 세종시 4-1생활권 '리슈빌수자인'은 212가구 모집에 6만8622명이 몰려 평균 32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 모두 마감됐다. 이 경쟁률은 역대 세종시 아파트 경쟁률 중 최고 기록이다. 특히 리슈빌수자인 전용 98㎡ 1순위 기타지역은 무려 2005대1의 최고경쟁률을 올렸다.
같은 날 진행된 고덕그라시움 1순위 청약에는 3만6017개의 청약통장이 쏟아져 들어왔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최대 청약인파다. 일반분양 물량이 1621가구로 많은 탓도 있지만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강남 재건축 가격 급등과 일부 지역에 불고 있는 청약 열풍을 진정시키는 부동산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토교통부는 회의적이다. 강남 재건축가격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영종도와 김포, 용인 등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대거 미달 사태를 빚기도 했다. 지방 시장은 부산, 세종, 제주를 제외하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을 겨냥한 대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어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예를 들어 강남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당첨자는 로또를 맞는 것과 같아 오히려 투기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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