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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결산] 편견을 지운 `빅보이`의 위대한 여정
입력 2016-10-09 06:01  | 수정 2016-10-09 10:21
이대호는 자신에 대한 냉정한 시선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명색이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었고 직전 시즌 일본시리즈 MVP였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은 차가웠다. 우여곡절 끝에 받아 든 것은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 계약. 그럼에도 그는 "도전"을 외쳤다. 그렇게 이대호는 2016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선언했을 때만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그를 데이빗 오티즈같은 스타일-그러니까, 장타력은 있는데 발도 느리고 수비도 못하는 그런 스타일로 평가했다. 이대호의 발은 실제로 느렸지만, 그의 타격은 생각보다 정교했고, 수비는 기대 이상으로 매끄러웠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이 대단한 타자의 가치를 매리너스 구단은 절반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제리 디포토 단장, 스캇 서비스 감독 체제로 첫 해를 맞이한 시애틀은 좌우 플래툰을 전략으로 선택했다. 로빈슨 카노, 넬슨 크루즈 등 팀의 중심 타자와 포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였다. 특히 이대호는 좌타자 아담 린드와 상대 선발에 따라 출전 시간을 나눠가졌다.
좌완 투수보다 우완 투수가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타자는 벤치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시즌 타율 0.253, 14개의 홈런과 49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0.740의 OPS를 남겼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 타율 0.261 OPS 0.775를 기록하며 구단의 기대치에 부응했다.
7월 손 통증 이후 부진에 시달리며 전반기 성적(타율 0.288 OPS 0.844)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통증을 참고 무리하게 경기에 나선 것이 타격감 저하로 이어졌고, 마이너리그 강등까지 경험했다. 웬만큼 아프지 않는 이상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선수 성격이 메이저리그에서는 독이 된 모습이었다.
마이너리그 강등이라는 쓴맛을 봤지만, 트리플A 7경기에서 타율 0.519 2루타 4개 2홈런 6타점의 괴물같은 활약을 보이며 메이저리그에 다시 올라왔다. 복귀 이후 20경기에서 타율 0.283 OPS 0.711 2루타 3개 1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전반기의 모습을 회복했다. 그러나 팀은 그가 결장한 10월 2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접전 끝에 탈락하며 포스트시즌 출전이 무산됐고, 이대호의 2016시즌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그는 대타로도 19타수 5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메리칸리그 대타 중에는 수준급 성적이다. 대타로 나와 홈런 2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빅터 마르티네스(디트로이트, 3개), 에디 로사리오(미네소타, 2개), 그리고 이대호 세 명이 전부다. 매리너스 구단 역사상 신인 선수가 대타로 2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시애틀과 1년 계약을 맺은 이대호는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선택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만큼, 더 이상 지난겨울같은 굴욕적인 계약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느냐다. 이대호는 시즌 말미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어디든 좋다"며 자신을 알아봐주고 기회를 주는 팀으로 가고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싶다는 꿈을 이룬 그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이대호는 매리너스 신인 중 최초로 한 시즌 2개의 대타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사진=ⓒAFPBBNews = News1

2016년 이대호 베스트 경기 3선(한국시간 기준).
1. 4월 14일 텍사스 홈
이대호 이름 세 글자를 시애틀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 알린 경기.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좌완 투수 제이크 디크맨을 맞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그는 0-2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높게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때려 좌측 담장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팀을 5연패 늪에서 구하는 결정적인 승리를 한방으로 이끌었다.
2. 5월 5일 오클랜드 원정
좌완 투수 션 마나에아를 상대로 선발 출전했던 이대호는 두 차례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애틀은 믿었던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5회에만 6점을 허용하며 4-8로 역전을 허용했다. 오클랜드는 역전에 성공한 뒤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평소같으면 이대호를 빼고 좌타자 린드를 넣었을 서비스 감독은 이날은 웬일인지 이대호에게 우완 불펜들을 상대하게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6회 라이언 덜을 상대로 솔로 홈런, 7회 존 액스포드를 상대로 2점 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9-8 역전승을 이끌었다. 우완 투수를 상대로 2개 홈런을 터트리며 반쪽짜리 타자가 아님을 증명했다.

3. 6월 3일 샌디에이고 원정
시애틀은 선발 웨이드 마일리가 흔들리면서 5회까지 1-12로 크게 뒤졌다. 그러나 시애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6회 케텔 마르테의 2타점 2루타로 추격을 시작한 시애틀은 좌완 브래드 핸드에 맞서 이대호를 대타로 냈다. 이대호는 가볍게 좌측 담장을 넘겼고, 시애틀의 추격은 가속도가 붙었다. 7회에만 8개의 안타와 볼넷, 사구를 더해 9점을 추가하며 16-1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대호는 7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역전에 발판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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