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들어 중소형주 1조 샀다더니…국민연금의 옹색한 변명
입력 2016-10-07 16:20  | 수정 2016-10-07 23:57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4583억원어치에 달하는 중소기업 주식을 팔아치우며 유가증권시장 내 소형주와 코스닥시장 약세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투자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유망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국민연금은 최근 6개월간 1조원을 중소형주에 투자했다며 이 같은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이 중소기업 주식을 계속 매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7일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민연금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소형주를 96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코스닥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361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민연금은 올 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 투자 전략을 개별 종목 중심에서 시장 등락을 따라가는 지수 추종 방식(패시브)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 등에 대한 추종 비율을 올린 결과 유가증권시장 내 소형주들과 코스닥 종목들이 외면받았다. 국민연금의 중소기업 외면은 올 하반기 들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자본시장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대기업 위주의 투자로 전환하자 자산운용업계도 이런 흐름을 추종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런 비판이 계속되자 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올 3~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중소형주 1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매수 규모가 같은 기간 대형주 매입액의 약 20배 달한다며 비판 여론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오제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이 기간 중 중소형주 투자가 아닌 중형주 투자에 매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9343억원어치 중형주를 매입한 반면 소형주는 96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서도 36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중형주 면면을 살펴보면 두산인프라코어 GS건설 LG상사 SK케미칼 금호타이어 대한항공 현대미포조선 등 대기업 계열사가 수두룩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사실상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중형주를 1조원어치 사고 진짜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소형주는 매도했지만, 중소형주로 묶어서 1조원어치 샀다고 반박하면서 여론을 호도한 것이다. 오 의원은 "국민연금은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며 "눈앞의 수익률에만 급급해 중소기업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이 아니라 될성부른 중소기업을 발굴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수현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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