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대 그룹 오너가의 자산 승계율이 지난 5년간 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세 부담 등으로 인해 선대에서 후대로의 자산 승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오너가 있는 상위 50대 그룹 대주주 일가의 계열사 보유 주식 승계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32.7%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1년 초 28.7%보다 4.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자산 승계율이란 경영권을 가진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중 자녀들이 소유한 자산 비율이다. 자산은 상장사의 경우 9월30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지난 상반기 기준 자본금에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곱해 산출했다. 자본 잠식인 기업의 주식가치는 0으로 가정했다.
그룹별로는 대주주의 나이가 많은 상위 그룹들의 승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삼성, 현대차, SK,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한진, 두산 등 상위 10개 그룹의 자산 승계율은 35.8%였다. 특히 최근 5년간 자산승계율 상승률은 7.1%포인트로 50대 그룹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하위 10개 그룹은 자산승계율이 평균 27.8%로 전체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이들 그룹은 대주주의 나이가 아직 젊거나 창업 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게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 승계율이 가장 크게 상승한 곳은 중흥건설로 2011년 36.8%에서 올해 58.4%로 21.6%포인트 높아졌다. 이어 한진(24.3%, 20.2%포인트↑), 세아(57.6%, 19.5%포인트↑), 삼성(43.4%, 19.4%포인트↑), 대림(59.0%, 18.0%포인트↑), 한솔(89.5%, 17.3%포인트↑) 현대차(44.1%, 16.4%포인트↑), 하이트진로(29.7%, 14.0%포인트↑ ), KCC(88.1%, 10.6%포인트↑) 순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초 23.9%에 그쳤던 자산 승계율이 43.4%로 19.4%포인트 상승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3남매의 자산 가치는 11조4109억원으로 5년 전 3조3022억원 보다 무려 8조1086억원(245.6%)나 불어났다.
현대차는 자산 승계율이 27.8%에서 44.1%로 16.4%포인트 높아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 등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3조7919억원으로 지난 2011년 2조 6111억원에 비해 1조1808억원(45.2%) 증가했다.
이밖에 LG그룹은 18.8%에서 23.6%로 4.7%포인트, GS그룹은 15.2%에서 22.5%로 7.3%포인트, 한화그룹은 35.1%에서 41.7%로 6.5%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자산 승계율이 55.7%에서 43.2%로 12.5%포인트 하락했다. 대주주 일가가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의 주식을 처분하고 금호홀딩스 등 비상장사 지분을 취득하면서 승계율이 크게 내렸다.
롯데도 94.1%에서 83%로 11.1%포인트 떨어졌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물산, 롯데정보통신 등의 주식을 신규 취득하고 신동빈 회장이 보유주식 일부를 재단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이어 부영(2.2%, 2.2%포인트↓), 한국타이어(55.7%, 0.4%포인트↓), 한라(0.3%, 0.2%포인트↓), 메리츠금융(0.4%, 0.2%포인트↓), SK(0.4%, 0.2%포인트↓) 등도 자산 승계율이 낮아졌다.
자산승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99.6%인 태영으로 확인됐다. 이어 한국투자금융(94.9%), 한솔(89.5%), KCC(88.1%), 롯데(83.0%)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년간 50대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총 58조5016억원에서 74조2580억원으로 15조7564억원(26.9%) 늘어났다. 자녀들의 보유주식 가치는 25조7445억원에서 35조5546억원으로 9조8101억원(38.1%) 증가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