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가 흔들리고 있다. 흑자폭이 2개월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수출 감소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데 반해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대로 가면 54개월 연속 흑자 행진(8월 기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경우 원화값이 불안정해지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등 대외 환경 변화에 한국 경제가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상품과 서비스 등을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55억 1320만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경상수지가 86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달(6월) 120억6000만 달러보다 줄어든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이다. 다만 아직은 2013년 3월 이후 54개월 연속 흑자라는 기록은 유지하고 있다.
경상수지 하락은 상품수지 급락이 주도했다. 상품 수출은 줄어드는 데 반해 수입이 늘었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적시에 산업 구조를 재편하지 못해 수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동 인천대 교수는 그동안 중국에 의존해 연명해온 무역수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셈”이라며 그동안 중국이 전세계 시장에 대한 수출부진을 상쇄해 줬지만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5개월 연속 감소를 지속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중 FTA까지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저임금 노동에 기대왔던 국내 중소기업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며 수출시장 다변화와 고급의 소비재 상품 발굴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수입은 유가 하락세가 주춤해지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상품 수입은 지난 7월까지 22개월 연속 전년동기대비 감소를 거듭하다가 8월 들어 0.6% 증가로 반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하락폭이 줄어든데다 반도체 제조장비를 위주로 자본재 수입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8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유가는 전년동기대비 7.3% 떨어졌는데 이는 20%대 감소를 기록한 6~7월에 비해 하락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최영준 경희대 교수는 최근 수출·수입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유가하락폭과 환율 변동에 따라 무역수지 규모가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당분간 산업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 하락폭마저 줄어든다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의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착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4분기 경상수지 흑자폭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의현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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