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외
입력 2016-10-04 11:55  | 수정 2016-10-04 11:55


2004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나온 뒤 독특한 발상과 낯선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 세계를 펼쳐온 이근화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시인은 4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시집에서 감정이 절제된 차분하고 담백한 어조로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섬세한 관찰력과 감각적인 언어로 그려낸다.

"내가 네 미래의 책을 사랑할게 / 아직 떠오르지 않은 무지개를 / 거기서 뛰놀고 있는 너의 흰 발을 / 너는 숨 쉬지 않는다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 그런데 우리는 열심히 사랑하고 있다 / 땀을 뻘뻘 흘리며
미래의 씨앗들을 뱉고 있다 / 달콤할까 커다랄까 / 약속했어 정말이지
이제 너의 손가락이 만들어질 차례 / 끝까지 네가 씌어질 차례 / 단단해진다 / 봉긋해진다
우리가 함께 태어난다 / 한몸으로 / 아름답지 않지만 / 동시에 늙어가지만” -「세번째여서 아름다운 것」

2000년대 시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래파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주목받았던 이근화 시인은 한국 시단을 이끄는 젊은 시인으로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준다. 일상의 언어로 쓰인 그의 시는 난해하고 전위적인 표현이 대세를 이루는 젊은 시단에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시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하다'는 박원순의 요청에 도올이 응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대담집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와 행정경험을 쌓은 실무 정치가 사이에서 펼쳐진 국가 담론.

"민주야말로 민생의 첩경"이라는 테제로 시작되는 대화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본질을 규명하는 철학적 담론으로 시작하여, '민주'가 과연 무엇이냐 하는 근원적 물음을 제기한다. 또 '민생'의 문제도 근원적인 시각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남북관계의 화해, 세계문명의 주축국으로서의 한국의 재인식, 그리고 우리 역사를 지배해온 가치관의 득실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그러한 이론적 담론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있었던 희로애락의 추억, 그리고 다양한 젊은 날의 로맨스, 그리고 인간학의 모든 주제에 관한 선문답적인 공안 公案이 오간다.

이 책은 여태까지 상재된 도올의 책 중에서 가장 쉽게 가장 명료하게 읽히는 도올의 담론을 담고 있다. 도올의 정치철학의 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도올, 국가를 말하다'는 한국의 정치현실을 철학화하고 있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한 후 해주에서 자신의 시중을 들게 된, 자신보다 나이가 27세 아래인 동기(童妓) 유지를 처음 만나 어여삐 여기게 된다. 관찰사 시절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나게 되고, 첫 만남 후 9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이이가 남긴 글에서 '내생이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면, 죽어서는 신선이 사는 나라에서 너를 다시 만나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 사람은 지극한 정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유지와 나눈 율곡의 순수한 사랑은 당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를 것이 분명하지만, 유지에 대해 진솔한 감정을 드러낸 글도 남기게 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정신적 교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지식인이나 예술가들에게 정신적 교감은 육체적 교감보다 더 절실하며, 이러한 경험들은 예술작품을 창작하는데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조선 선비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야사 등을 취재해 정리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는 감동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사연이 담겨 있다. 책은 널리 알려진 대학자 서경덕과 기생 황진이의 사연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이와 유지, 이황과 두향, 최경창과 홍랑, 유희경과 이매창, 정철과 진옥, 임제와 한우, 최치원과 쌍녀분 이야기 등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데뷔 후 20년 동안 30권이 넘는 스릴러와 미스터리 이야기로 모든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데이비드 발다치의 신작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출간됐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경찰이 가족의 죽음 앞에 살인자를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미국 스릴러의 걸작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주인공 데커가 졸업한 맨스필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학생 네 명과 교직원 세 명이 희생당한다. 범인이 마법처럼 사라진 가운데, 이 사건과 데커 가족의 살인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모든 비극을 초래한, 완벽한 기억력이 간과한 단 하나의 사실은 무엇일까?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강렬하고 입체적인 주인공, 냉혹하고 교묘하기 짝이 없는 살인마와의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며 2015년 아마존의 모든 베스트셀러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다.



2005년 '천사의 나이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일본 문단에 데뷔한 후, 소년범죄에 대해 다양한 문제를 다뤄 온 야쿠마루 가쿠의 장편소설.

'침묵을 삼킨 소년'은 어느 날 갑자기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중학생 아들 쓰바사와, 그런 아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아버지 요시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년재판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그 안에 굳게 다문 아들의 입을 열어야 한다. 자신의 아들이 살인자라는 사실이 두렵고, 앞일이 막막할 뿐이지만 아버지로서 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반성하지 않고 싸늘하기만 한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까? 앞으로 아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수많은 질문, 기나긴 고뇌 끝에 요시나가가 내린 결론은 독자들에게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에 묘사된 것은 '정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이다. 정작 내 아이가 죄를 범했을 때, 부모로서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작품을 통해서라도 '정답 없는 질문들'에 관해 고민해 보는 것이 세상을 보다 성숙하게 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상주 기자 mbn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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