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도로 이용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최근 3년간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자본이 유치된 고속도로는 1990년대 후반 국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도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민간이 건설한 SOC에 적자가 발생하면 최소 운영수입을 보전해주는 ‘최소 운영수입 보전(MRG) 제도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전액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권석창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정부가 전국 9개 민자 도로에 지급한 최소 운영수입 보전액은 9535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3277억 원, 2014년 3054억 원, 2015년 3204억 원이다.
노선별 지급액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2884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부산 고속도로 2503억 원, 천안-논산 고속도로 1383억 원, 부산-울산 고속도로 1210억 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952억 원 순이었다.
막대한 혈세가 운영수입 보전액으로 지출된 것은 도로 이용 수요를 지나치게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11개 민간자본 고속도로의 총 길이는 489.9㎞에 달해 전체 고속도로 연장 4193㎞의 11.6%를 차지한다. 광주-원주 고속도로를 비롯해 건설 중인 8개 민자 노선과 실시계획 중인 2개 노선, 협상 단계인 3개 노선까지 합치면 24개 노선에 1000㎞를 훌쩍 넘는다.
9개 민자 도로의 하루 평균 예상 통행량은 229만8146대였지만, 실제 통행량은 72.7%인 166만 9771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통행료 수입도 예상 수입(4조5606억 원)의 59.6%(2조7190억 원)에 그쳤다.
또 제한된 투자 회수 기간 등으로 국가 예산으로 건설되는 재정도로보다 통행료가 비쌀 뿐 아니라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탓에 통행료 격차는 이미 2014년 말 기준 재정도로의 1.83배에 달한다.
사업 지연이나 재정 여건으로 토지보상비가 제때 투입되지 않아 보상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단점이다. 구리-포천 고속도로의 경우 2009년 실시협약 당시 보상비는 9678억 원이었지만 2012년 1조2519억 원으로 처음보다 29.3%나 늘어났다.
이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민자 사업의 활성화와 안정적 발전을 위해 통행료 인하 및 인상 제한, 초과수입 환수, MRG 폐지 등 기존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 부담과 이용자 불편을 완화하고, 체계적 갈등 관리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권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민자 도로 간, 중장기적으로는 민자와 재정도로 간 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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