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악재성 공시로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이날 공매도 수량이 전날보다 13배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미약품의 9월 한 달 전체 공매도 수량에 버금가는 숫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악재공시가 있을 것이라는 사전정보를 취득한 공매도 세력이 악의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공매도 거래량은 전날(7658주)의 13배 이상인 10만4327주를 기록했다. 이는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다. 공매도 거래대금도 616억1779만원으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공매도 세력은 1주당 최대 23.24%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오전 9시 장 시작과 함께 전 거래일보다 5.48% 오른 65만4000원으로 장중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30분 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지난해 7월 맺었던 8500억 원 규모의 ‘올무티닙 글로벌 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악재 공시가 나온 이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주가는 오후 2시 35분 19.03% 떨어진 50만2000원으로 최저점을 찍으며 변동폭이 24%에 달했다.
공매도 세력이 한미약품 주식을 최고가에 팔고 최저가에 되샀다면 1주당 15만20000원의 차익을 챙겨 23.24%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얘기다. 이날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는 59만621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세력이 평균가에 팔고 종가인 50만8000원에 되샀다면 1주당 평균 13.9% 투자이익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안 내부자 등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도 공매도량(186만2415주)과 거래대금(287억6638억원)이 폭증해 상장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그날 한미사이언스는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14만2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으며 시작하고서 악재 공시가 나온 이후 추락해 오후 2시 36분 11만1500원까지 내려 앉았다.
한미사이언스 역시 최고점에 공매도해 최저점에 되샀다면 1주당 3만1000원, 즉 21.7%의 투자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공매도 세력은 평균적으로 12만5995원에 공매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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