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크루즈로 주력변경, 생존에 유리"
입력 2016-10-03 18:37 
법원이 STX조선해양과 STX프랑스를 패키지로 매각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은 STX조선이 크루즈선 제조사로 '업종 변경'하는 게 장기적인 생존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수·합병(M&A)만이 유일한 회생 방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업황도 좋지 않은 시점에 STX조선을 그대로 시장에 내놔봤자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다만 패키지 매각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채권단 동의에 기반한 회생계획안의 인가를 얻는 것이 우선이어서 이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STX조선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회사의 회생을 위해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법원은 "업황만 살아나면 버틸 수 있지만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STX조선의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지금의 STX조선은 시장에 내놔도 살 만한 곳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크루즈선이다. 크루즈선은 현재 침체된 조선업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발주가 정체된 상선·해양플랜트와 달리 글로벌 크루즈선은 수주 전량이 전년 대비 70% 증가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향후 4~5년 동안 안정적 성장세가 기대된다. 특히 약 1억6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중산층 사이에서 크루즈 여행이 각광받고 있어 관광·크루즈선 건조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이 위촉한 민간 구조조정 자문위원단도 최근 간담회를 열고 STX조선을 크루즈선 제조사로 전환하는 데 대해 토론했다. 이상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부산이나 인천으로도 크루즈선이 연일 들어오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들 이용이 많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다만 상선 건조가 '아파트'를 짓는 것이라면 크루즈선 건조는 '호텔'을 짓는 것과 같아 기술을 가진 업체가 거의 없다. STX조선이 크루즈선을 만들 자체 노하우를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다만 패키지 매각 진행을 위해서는 채권단의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법원과 채권단이 STX조선의 회생계획안 수립과 신규자금지원(DIP 금융)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오는 14일 열릴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계획안 인가가 늦어지면 STX조선의 매각 작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법원의 패키지 매각 안은 아직 채권단에 공유된 사항이 아닌 만큼 채권단이 이에 대해 반발할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미 단독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STX프랑스의 경우 매각 성사 확률이 높은 상황이어서 STX조선에 패키지로 묶여버리면 매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회생계획안 인가도 나지 않은 상황인데 매각 방식 및 구조를 논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며 "STX프랑스만이라도 얼른 매각하길 원하는 채권단 입장에선 STX조선과 패키지로 매각하는 방식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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