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두테르테의 `親中본색`? 미군 재주둔 제동
입력 2016-10-03 17:10  | 수정 2016-10-04 17:38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4년만의 자국내 미군 재주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약사범 즉결처분에 미국이 잇따라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데 반발하는 차원에서 나온 조치다.
3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날 한 행사장에서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맺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재검토 중”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두테르테 대통령은 또한 (미군이) 필리핀을 떠나도록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EDCA를) 재고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4년 체결된 EDCA는 필리핀이 미국에 10년간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허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남중국해를 마주하는 팔라완 섬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를 비롯한 5개 군사기지를 제공받을 예정이었다. 필리핀의 전직 상원의원과 시민 운동가들이 위헌 소송을 제기한 탓에 시행이 보류됐지만, 올해 1월 필리핀 대법원이 합헌 판결을 내려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군 재주둔이 성사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키노 전 대통령이 서명한 적은 없다”며 자신이 최종결정권을 갖고 협정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써 지난 1992년 필리핀 상원의 결정에 따라 철수한 후 24년만에 필리핀에 재주둔하려던 미군의 계획은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인권문제로 갈등을 보이며, 반대로 남중국해를 두고 대립해온 중국과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이슬람 반군 소탕전에 투입되는 필리핀군의 교육과 훈련을 위해 파견된 미 특수부대에 철수할 것을 요구했으며, 13일에는 남중국해에서 더이상 미국과 합동 순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28일에는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반면 이번달 19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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