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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송창식’ 혹사로 본 한화, 미래도 암울한 이유
입력 2016-10-03 10:23 
지난 5월1일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가 9-8로 승리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권혁, 송창식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화 이글스의 벌떼야구는 한계를 넘어섰다. 올해도 한화 마운드에는 보직 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씁쓸하다. 시도 때도 없이 마운드에 오르는 익숙한 얼굴들은 든든했지만, 그들의 팔은 닳아만 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투수 기용이 계속되는 한 한화의 미래도 암울한 실정이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만년 최하위로 처진 한화의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우려도 함께였다.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은 적어도 실적은 내는 김성근 감독의 능력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하위팀을 가을야구로 진출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였다. 2000년대 후반에는 SK와이번스 사령탑으로 왕조를 구축했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 시절에는 퇴물 취급 받았던 선수들을 재생시킨 지도자로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빛나는 명성과 동시에 ‘혹사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특정 선수의 희생을 통해 구축된 성과라는 얘기였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곳이 한화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년 동안 한화는 선발이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을 소화했던 경우가 드물었다. 올해만 해도 선발투수 총이닝은 574이닝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9위인 kt(657이닝)와도 차이가 크다. 반면 불펜 투수가 소화한 총이닝은 690⅔이닝으로 선발투수 이닝보다 훨씬 많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고, 2위인 kt(581이닝)과도 100이닝 이상 차이가 난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고, 리드를 하는 상황에서도 3,4회에 필승조로 교체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초반 선발이 무너질 때도 필승조가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던 결과다.
불펜 혹사의 중심에는 송창식과 권혁이 있다. 송창식은 97⅔이닝, 권혁은 95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도 8월말까지의 기록이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나가 떨어졌다. 권혁은 지난 8월24일 왼쪽 팔꿈치 건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송창식은 같은 달 31일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뒤 지난달 1일 1군에서 말소됐다. 둘 다 일본 이지마치료원에서 요양했다. 너무 많이 던져서 탈이 난 것이다. 불펜투수가 8월까지 100이닝에 육박하는 공을 던졌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둘은 김성근 감독 첫해에도 한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투수들이었다. 송창식은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9이닝을 던졌다. 권혁은 지난해 112이닝을 던졌다. 2년 동안 무지막지하게 던졌다. 이들 외에도 박정진도 마당쇠역할을 2년동안 해왔다. 박정진은 40이 훌쩍 넘은 노장선수다. 송창식과 권혁은 모두 부상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성근 감독은 투수의 팔을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식으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지도법과 경기 운영은 성적을 통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면밀히 드러났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바뀌지 않았다. 가을야구가 탈락한 2일에도 경기 후 대전구장에서 특타를 실시했다. 김 감독이 한화에 있는 한 권혁과 송창식은 계속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한계를 넘어서라”는 감독 앞에 한화의 미래도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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