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30일 뉴스초점-위기의 검찰, 해법은?
입력 2016-09-30 20:21  | 수정 2016-09-30 20:31
신동빈 / 롯데그룹 회장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습니다."

총수 일가에게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급여 등, 1천 7백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요. 이로써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까지 갔던 롯데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뭘까요?

한 마디로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횡령이든 배임이든 신동빈 회장이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기에, 그 책임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하고 거기다 재계 5위의 그룹을 이끄는 수장이 쉽게 도망을 가겠느냐는 겁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사실을 검찰은 정말 몰랐을까요?

4개월 간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의 검사 전원을 투입하고, 그룹 관계자 390여 명을 소환해 무려 720차례가 넘는 조사와 6차례 이상의 압수수색을 한 결과, 구속된 사람은 단 '3명' 나머지 6명은 모두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니죠? 검찰 내부에서조차 신 회장의 영장이 기각될 줄 알면서도 부실수사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거라고 소문이 파다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죠.

지난해 6개월 간 진행된 '자원개발비리 수사'에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농협·포스코·KT&G에 대한 수사는 특수부가 총동원 됐지만 결과는 이렇게 초라하다 못해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지난 2~3년 간 검찰이 대대적으로 동원돼 수사한 기업들은 대부분 불구속이나 무죄로 풀려나기 일쑤였죠. 때문에 '사정 정국'·'하명 수사'라는 오명과 함께 검찰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남탓이 아닌 검찰 자체의 문제라는거죠.

지난 2005년부터 법원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를 거친 뒤 허락이 떨어지면 구속을 해야합니다.

다시 말하면, 구속이 되든 안되든 아직은 유죄 또는 무죄가 가려진 게 아니라는 건데… 사실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면 국민들은 그 사람이 이미 죄인인 것처럼 생각을 하게 되죠. 이런 점을 노려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영장청구를 하는 건 아닐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명백한 권력남용입니다.

물론 죄가 있으면 그 죄를 물어야 겠지만,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의혹만 갖고 사람을 몰아부치면 안되지요.

과거 고검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지금 검찰의 수사를 보면 오기만 남은 것 같다'고 합니다.

특수수사의 기본 원칙은 진술이나 압박보단 증거로 승부하는 건데, '여론몰이식'으로 다그치기만 한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는 거죠.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기 두 시간 전, 서울 구치소엔 스폰서 의혹의 김형준 부장검사가 뇌물수수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우리 그룹에 미흡한 점이 많아 앞으로 잘 개선하겠다'고 한 말, 지금 검찰도 해야하는 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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