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는 첫 발걸음을 내디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일 위안화를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공식 편입했다. 중국이 지난 2009년 SDR 편입을 공식 추진한 지 7년여만에 국제통화로 가는 첫번째 관문을 넘은 셈이다.
위안화 편입에 따라 SDR 구성 통화 비율은 달러화 41.73%, 유로화 30.93%, 위안화 10.92%, 엔화 8.33%, 파운드 8.09%로 조정됐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가 국제 준비통화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준비통화는 회원국들이 필요시 SDR를 구성하는 통화로 언제든 교환할 수 있어 해당 통화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음을 시사한다. 또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나 유로화로 보유하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리게 되고,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신흥국들은 위안화 보유 비중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중국이 위안화 SDR 편입과 국제통화 지위 확보에 목매는 이유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위안화 영향력이 턱없이 낮은 반면, 미국 달러화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세계최대 원유수입국이지만, 원유값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고 세계최대 수출국가지만 수출대금은 달러로 받기 때문에 항상 환차손 리스크에 노출돼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SDR 편입을 추진하는 직접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출렁거려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무의미해진 것.
또 한가지 무시할 수 없는 동기는 국제통화 발권력이다. 지난 2013년 중국과학원은 미국이 달러발행 독점권을 통해 매년 수천조원에 달하는 화폐주조이익(seigniorage 화폐를 만드는 비용만으로 화폐액면가 가치를 창출하면서 얻는 이익) 가져간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애써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미국 좋은일만 했다는 불만이 담겨있다. 지난해 IMF가 위안화를 SDR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뒤 관영매체 중국망은 시장 개혁과 개방을 확대해 진정한 국제통화 발행권을 확보하고 화폐주조이익을 쟁취해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의 최종 목적지가 달러화의 독점적 화폐주조이익에 대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SDR 편입을 통해 국제화를 위한 도전을 시작했지만 위안화가 중국 경제규모에 걸맞는 위상을 확보하기까지는 앞으로도 갈길이 멀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SDR 편입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위안화 자산 비중을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 블룸버그와 스탠더드차타드(SC)는 2020년까지 위안화 표시 자산을 사기 위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1조달러(약 1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경제매체 왕이재정망은 최근 보도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외환보유액의 7.8%를 위안화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정하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위안화가 절하되는 추세에서 당장 위안화 자산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달러당 위안화값은 30일 현재 6.67위안대로, 지난해 8월 절하 직전과 비교해 9% 정도 하락한 상태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연말 6.8위안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다수 금융기관에선 내년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 해도 각국 중앙은행이 SDR 구성비대로 위안화를 보유할 의무는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위안화 비중확대는 앞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로서 얼마나 기능하는지 지켜본뒤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위안화가 달러화에 버금가는 국제통화로 인정받으려면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위안화 자산 수요를 끌어올리는게 급선무다. 채권시장만 해도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적격외국인투자자제도(RQFII)로 묶어두고 있다. 그나마 단기채 시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비중은 2%에 불과하다. 외환시장도 각국 중앙은행과 국유투자기관 정도로 참여를 제한하고 정부의 입김이 강해 외국인투자자들이 과감한 개혁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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