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동빈 영장기각] 힘실린 辛변론…힘빠진 檢수사
입력 2016-09-29 17:01  | 수정 2016-09-30 17:08

29일 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검찰의 수사 성과보다 신 회장 측의 변론을 무게 있게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검찰은 신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94)의 경영권 승계 계획에 따라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1754억 원대 배임·횡령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대주주인 신 씨 일가의 기업 사유화와 전횡”이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렇게 보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고 그렇다면 구속하기엔 무리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신 회장 구속이후 그를 상대로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등 그룹 차원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법원 신회장 다툴 여지 있다”
검찰과 신 회장 측은 1754억 원대 배임·횡령 범죄가 과연 누구 책임이었는지를 두고 거세게 다퉜다. 신 총괄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신 회장은 전혀 몰랐는지, 아니면 신 회장도 적극 가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57) 모녀와 신 전 부회장이 508억원의 가장 급여를 받도록 지시하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 코리아세븐 등 계열사 3곳이 롯데피에스넷을 부당 지원하도록 해 472억원의 손해를 입히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신영자 이사장(74·구속기소)과 서 씨 모녀에게 롯데시네마 매점을 불법 임대하게 해서 회사에 77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았다.
검찰은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부회장(62)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범행을 계획·주도했다고 보고 이를 뒷받침하는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의 진술과 문건도 다수 제시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변호인단은 28일 영장 심사 법정에서 검찰이 적용한 혐의 모두 아버지(신 총괄회장) 지시에 의한 것이었고 신 회장은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특히 신 회장은 울음을 터뜨려가며 나는 회장에 취임한 이후 오히려 대주주인 우리 가족이 계열사들로부터 불법적인 이득을 챙기는 과거의 관행을 끊어 왔다”며 계열사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시도도 반대하고 막아왔다”는 주장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법관은 검찰과 신 회장 측의 주장을 검토한 뒤 구속까지 하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혐의만큼 신 회장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 롯데측 직접 횡령한 돈 없다” 자신
신 회장의 변호인들과 이번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들 수사에 관여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신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신 회장이 직접 나서서 회삿돈을 빼돌려 사적인 이득을 취한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었다. 신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검찰의 대형 기업 수사에서 구속된 다른 대주주들과 혐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2013년 7월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특별사면)은 718억원의 횡령 혐의가 영장심사 때와 1심 재판에서 인정됐다. 2012년 1월 불구속기소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특별사면)도 다음해 1월 항소심 법정구속 때 465억 원의 횡령 혐의가 인정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88억 원의 횡령 혐의가 인정된 바 있다. 신 회장의 변호인들은 영장 법정에서도 최근 이러한 구속 사례와 신 회장의 혐의 구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인원부회장 자살 영향 미쳤나
고 이인원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살하면서 이미 검찰 수사의 기세가 이전보다 약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식적으로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졌다 해도 신 회장 혐의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 회장의 변호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 온 점에 주목한다. 이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이뤄졌다면 신 회장의 구속영장 결과도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애초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 회장의 구속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신 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 가능성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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