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의 태풍의 눈처럼 돼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분)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아수라
[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아수라가 개봉날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화려한 배우진의 캐스팅이 한 몫을 했겠지만 김성수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하는 강렬한 작품의 색도 기대감을 높이기 때문인 까닭도 있다. 영화 ‘아수라 속에 담긴 김성수 감독의 이야기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았다.
◇ ‘아수라를 통해 배우 정우성과 다시 재회했다. 어떤 기분이 들었나?
제일 친한 사람이니까, 또 친한 동료이고 좋아하는 동생이니까 잘 늙어간다 또 근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은 저와 정우성을 ‘비트를 함께 찍었던 감독과 배우로 받아드리니, 오랜만에 영화를 한다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제일 먼저 상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죠. 사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엄살을 안 부리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정우성이라는 배우는, 배우의 이름이 아니라 형용사가 많이 가미된 인칭대명사 같은 게 됐는데, 스타를 20년 한 사람에게 그걸 벗어놓고 하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걸 어떻게 벗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당신의 눈빛이나 몸짓을 하지 말라고 했죠. 그러고 나서 준비를 하면서 정우성이 자기는 가능하면 텅 빈 호주머니로 나가는데 뭘 자꾸 꺼내달라고 하니까 뭘 꺼낼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아수라의 한도경이 처한 상황 때문에 진퇴양난 하는 그런 것에 쩔쩔매는 모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이 괴롭혔죠.”
◇ ‘아수라가 개봉 전부터 큰 화제에 오르다 보니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부담감이 있었죠. 사실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썼을 때 주변 동료들이 왜 이런 영화를 찍냐고 했었어요. 너무 이야기가 비상업적이고, 말도 안 된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해도 되냐고 걱정했으니까요. 근데 다행히 사나이픽쳐스의 한재덕 대표가 해보고 싶다고 해줬어요. 그리고 다들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영화를 지키기 위해선 근사한 배우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영화를 가능하게 만든 배우들 덕분에 지금 주목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오랫동안 꿈꾸던 영화를 원없이 했는데 여러명의 사람의 좋은 평가를 받아야 덜 미안할 것 같아요.”
◇‘아수라의 수위가 다른 영화에 비해 세다. 그리고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원래 범죄액션영화에서 폭력 장면을 사용하는데, 정당한 폭력이 나쁜 폭력을 무찌르는 쾌감 때문에 그 액션 장면이 범죄액션영화의 스펙터클이죠. 근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는 촬영 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폭력의 먹이사슬 안에서 폭력의 끝을 가야해서 관객들이 액션을 즐기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 악인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세상 끝에 묻어버리는 이야기니까요.”
관객이 자기에게 해를 입히는 그런 위험한 상황을 느끼는 텐션을 어떻게 줘야하냐를 가지고 회의를 많이 했어요. 일단 싸움의 한복판으로 몰아넣는다는 느낌으로, 다른 장면들은 일상화된 태도를 건드리자 했죠. 관습적으로 보는 컷팅 포인트를 바꾼다거나, 그러기 위해선 많은 트릭을 사용해야했어요. 관객들의 무의식에 노크를 하고 싶었죠.”
◇ ‘아수라에서 카체이스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썼죠. 큰 세트장 안에 놀이기구 같이 철빔으로 움직이는 틀을 만들었거든요. 스튜디오에서 찍은 장면과 현장에서 찍은 장면의 소스를 다 넣었어요. 카메라가 인물을 쫓으면서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카메라가 움직이는 길을 연습하기도 했고요. 나중에 촬영 감독이 폭우를 뿌리자고 해서 멋있다 하면서 시작했는데, 진짜 후회했어요. 위험하니까요. 차가 여러대 달리고 정우성이 직접 운전도 했잔아요. 그래서 조마조마 했지만, 결과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럼 카체이스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나?
제가 좋아하는 신을 정우성과 주지훈이 싸우는 장면이에요. 그 두 사람이 나쁜 관계가 아닌데 그 둘이 막 싸우는 게 양가적인 감정이 드니까요. 서로 좋아하니까 싸우는 것도 있고 서로 진짜 적의를 가지고 싸우는 것도 있거요. 그게 응축돼 이 영화의 상황을 잘 대변하지 않나 싶죠. 그 장면 찍을 때 좋았어요.”
◇이번에 함께 호흡한 주지훈은 어땠나
주지훈은 잘 몰랐던 배우였어요. 캐스팅 때문에 만났는데, 얌전하게 있더니 술을 좀 먹으니까 ‘비트 이야기를 하면서 정우성을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다 외웠어요. 그래서 정우성도 오라고 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묘하더라고요. 두 가지 얼굴이 있었어요. 귀엽고 장난기 있는 면도 있고, 영민하면서 야비한 얼굴도 있었기 때문에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에 잘 맞겠다고 생각을 했죠.”
◇‘아수라 다음 작품 계획은?
머릿속으로 생각한 건 있는데 엄두가 안 나네요(웃음). 이 영화를 하고 나니까 씻김굿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영화가 절 소진시켰죠. 재미있는 시나리오 받아서 일하고 싶어요. 빨리 현장에서 배우들과 재밌게 일하고 싶은데 지금은 방전 상태네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