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의 태풍의 눈처럼 돼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분)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아수라
[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 정우성이라는 이름에는 잘생김이라는 표현이 포함돼있는 것 같다. 그만큼 잘생긴 얼굴로 오랜 기간 팬들에게 사랑받아온 그이기 때문. 하지만 정우성은 그냥 잘생김만을 표현하지 않는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을 내려놓고 한발 다가오며 친숙함까지 느끼게 했다. 그런 그가 영화 ‘아수라를 통해 다시 한 번 강렬한 연기로 돌아왔다.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나서 주변에서 다들 재미있게 봤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수라 VIP 시사회 이후에는 다들 부러워했죠. 이정재 씨도 그랬어요. 시사회가 끝나고 뒤풀이에 갔는데 그런 말을 듣는 게 사실 최고의 찬사거든요. 아쉽다는 말은 안 하지만 다들 한 마디로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뿌듯했어요. 또 (‘무한도전의 경우) 재밌는 게 좋잖아요. 웃는 게 좋고요. 웃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거예요. 좋은 기를 만드는 거니까요.”
‘아수라를 통해 정우성이 연기하는 한도경이라는 인물은 거칠다. 폭력을 서슴지 않으며 욕설도 계속 내뱉는다. 평소 알려진 정우성의 이미지와 매우 다른 캐릭터기 때문에 그가 캐릭터에 임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을 것.
이정도로 거친 표현은 처음이었어요. 평소에 욕을 쓰는 걸 싫어해요. 친한 친구들끼리는 애칭 아닌 애칭처럼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그것도 사실 폭력이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가벼워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남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그런 폭력이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게, 우리가 폭력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를 빗댄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정우성이 김성수 감독과 작업한다는 자체는 의미가 크다. 정우성의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표현했던 ‘비트나 ‘태양은 없다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사이이기 때문. 15년 만에 만나게 된 김성수 감독과 ‘아수라로 다시 작업한 정우성의 소회를 어땠을까.
정말 너무너무 좋았어요. 촬영장에 같이 있다는 게 좋았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정말 저에게 큰 의미였죠. 근데 의미부여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도취되지 말고 ‘아수라라는 작품, 그리고 감독님이 이 작품을 통해서 전하려는 메시지를 치밀하게 파고 들어가서 찾작 생각했죠. 잘 해낸 다음에 그 의미에 대해서 감독님과 따로 축배를 들고 싶은 욕심이 컸고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장의 분위기는 감독님이 만드셨어요. 치열함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서 뜨거운 ‘아수라가 됐죠. 규정된 캐릭터를 화면에 담기보단 상황에 던져진 캐릭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엔딩을 정하셨어요.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보통 시나리오의 텍스트가 아니었어요. 감독님께서 진짜 하고 싶은걸 하신다고 했으니 그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게 뭔지를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감춘 걸 찾는 게 도경이를 찾는 거기 때문에 다른 질문도 하지 않았죠.”
정우성은 ‘아수라에서 액션을 대부분 자신이 소화해냈다. 유난히 몸이 많이 다치기도 한 촬영장이었으며 영화에서 가장 극한의 감정을 끌어내는 카체이스 장면에서도 그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스 장면이라 더욱 위험했지만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얼굴이 보이면 제가 하는 게 맞는 거죠. 운전하는 사람의 심리상태 그런 게 차 밖으로 보여야 하니까요. 계산된 액션 스턴트가 해도 멋지겠지만, 그 행위 자체에서 한도경의 얼굴이 보였을 때의 위태함이나 그런 게 충분히 담겨야한다고 생각했죠. 도경의 얼굴이 보이는 풀샷이 같이 있으면 관객이 감정을 더 느낄 것 같았거든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이 연기한 한도경은 두 악인이 조여 오는 긴장감 안에서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이다. 캐릭터가 아닌 정우성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지 물었다.
전 사실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왜냐면 모든 것에 대한 결과는 제 스스로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남 탓을 하거나, 저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요. 다 제 책임이자 선택인거고, 그런 선택은 더 성숙한 저를 위한 과정이니까요.”
‘아수라는 28일 개봉한 이후부터 관심이 뜨겁다. 그만큼 화려한 배우진과 작품이 주는 느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를 해왔지만, 그에게 ‘아수라는 어떤 의미에서건 특별할 수밖에 없다. 또한 흥행 측면에서도 기대를 모으게 만들기도 할 것.
저 스스로에게는 무뎌졌던 열정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업계에 부끄럽지 않고 자랑할 만한 작품이 된 것 같고요. 관객에게는 어떻게 받아드려질지 모르겠지만, ‘아수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만들어서 현실을 빗댄 풍자를 하는 영화 같아요. 천만 관객이 쉬운 숫자가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수라가 19세 영화로서 낼 수 있는 그런 결과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