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빚더미 수익형부동산투자 `빨간불`
입력 2016-09-27 17:20 
최근 강남의 한 원룸 건물이 40억원 중반에 거래됐다. 매수자는 자기자본비율은 낮추고 대출은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원해 매수액의 절반 이상을 은행대출로 조달했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저금리를 이용해 상가, 오피스텔, 중소형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대출금을 지렛대로 이용하는 '레버리지'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레버리지 투자는 금리 인상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12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크게 둘 수 없어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에 이어 한국까지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 저금리가 밀어 올렸던 수익형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지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오피스텔, 상가,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은 대출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던 2005~2008년에는 부동산 임대 수익률에 비해 금융상품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몰렸다. 2008년 이후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형 부동산과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동시에 떨어졌지만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더 떨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과 수익률 격차는 확대됐다. 투자자 입장에선 오피스텔이 정기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보다 투자매력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이후 10년 가까이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풍부한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에 몰렸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도 성행하면서 강남 주요 지역 일부 빌딩은 가격이 급등해 수익률이 2%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금리는 이미 3%가 넘어서 레버리지를 일으킬수록 금융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돼버렸다.
중소형 빌딩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여름까지 대출상환 능력과 신용도가 좋은 고객들은 2%대 이자율로 대출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3%대가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임대 수입에만 의존하는 은퇴자 등 현금 순환이 좋지 않은 부동산 소유주들이 금리 부담에 떠밀려 매각에 나서면 수익형 부동산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고 12월 인상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적용하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의 시차가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이 제2금융권 여신심사 강화나 소득심사 강화와 맞물릴 경우 투매까지는 아니지만 레버리지 투자는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돼도 수익형 부동산 투자열기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올라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하락하더라도 예금이나 CD와 같은 금융상품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수년간 유지할 수 있어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가 쉽게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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