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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노트] 커쇼만 바라봤던 다저스, 잇몸으로 버티다
입력 2016-09-26 15:06 
다저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 홈에서 극적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뉴욕) 김재호 특파원] 프로의 세계는 강한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놈이 강한 놈인 법. 그런 의미에서 2016년 LA다저스는 '강했다'. 오프시즌 기간 같은 지구 라이벌 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억소리 나는' 보강을 하며 위협했지만, 결국 이들은 다시 정상에 올랐다.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무려 27명의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중 13명은 장기 부상자였다. 특히 선발진의 부상 이탈이 심각했다. 류현진, 브랜든 맥카시, 브렛 앤더슨은 수술 부위는 달랐지만 복귀전 이후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캇 카즈미어도 목 부상으로 8월말 사라졌다 시즌 막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절대 다치지 않을 거 같았던 클레이튼 커쇼까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커쇼의 부상 이탈은 충격적이었다. 허리 부상 직전 등판이었던 6월 27일 피츠버그 원정까지 다저스는 커쇼가 나온 경기에서 14승 2패, 커쇼가 나오지 않은 경기에서 27승 34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커쇼가 부상으로 빠진 62경기에서 38승 24패를 기록하는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
잇몸으로 버텨냈다. 훌리오 우리아스가 유망주 봉인을 해제했고, 로스 스트리플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궂은 일을 도맡았다. 호세 데 레온, 브록 스튜어트도 가능성을 보였다. 마에다 겐타는 조용히 빛났다. 커쇼 부상 이후 영입한 버드 노리스도 대체 선수로서 훌륭히 활약했다.
무엇보다 인정해줘야 할 것은 불펜진의 노력이다. 페드로 바에즈-조 블랜튼-켄리 잰슨 세 명의 필승조가 축이 된 불펜은 부실한 선발진을 보완해주기 충분했다. 전반기에 아담 리베라토어가 있었다면, 후반기에는 그랜트 데이튼이 있었다.
타격에서는 체이스 어틀리-코리 시거-저스틴 터너-아드리안 곤잘레스로 이어지는 중심축이 형성되면서 안정적인 생산력을 보여줬다. 하위 켄드릭은 좌익수 변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앤드류 톨스라는 새얼굴도 발굴했다. 전력외로 구분됐던 야시엘 푸이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때마침 지구 선두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후반기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다저스를 도왔다. 8월 17일 필라델피아 원정에서 1위를 탈환한 다저스는 이후 이어진 신시내티 원정에서 2연패하며 다시 2위 자리를 내줬지만, 8월 22일 신시내티 원정 승리로 단독 1위로 올라온 뒤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이후 벌어진 샌프란시스코와의 여섯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MVP: "잠재력 폭발" 코리 시거
코리 시거는 정상급 유망주에서 정상급 주전 선수로 곱게 자라줫다. 사진=ⓒAFPBBNews = News1
귀하게 키운 유망주가 잠재력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구단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다저스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시거는 이번 시즌 151경기에서 타율 0.310 출루율 0.370 장타율 0.514 25홈런 7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LA다저스 신인 최다 안타, 득점, 2루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기세라면 1993년 마이크 피아자가 세운 신인 최고 타율(0.310)도 갈아치울 기세다. 25개 홈런은 다저스 유격수가 세운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이 친구, 대체 어느 별에서 온 걸까.

MIP: "고향에서 되찾은 봄" 체이스 어틀리
체이스 어틀리는 말그대로 회춘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지난겨울 다저스가 체이스 어틀리와 1년 재계약을 할 때만 하더라도 의문이 많은 계약 같아보였다. 30대 중반이 넘은 타율 2할 초반대 타자와의 재계약이라니. 그러나 고향 팀과 다시 손잡은 어틀리는 이번 시즌 팀의 2루수 겸 리드오프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타율(0.252) 출루율(0.318)에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에서도 굳건했다. 결정적인 순간 활약도 있었다. 지난 시즌 루카스 두다에게 부상을 입혀 시티필드에만 가면 야유를 들었던 그는 만루홈런으로 이를 침묵시켰고, 이적 후 첫 시티즌스뱅크볼파크 방문에서도 만루홈런을 작렬해 '필라델피아 아제'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Player to Watch: 클레이튼 커쇼
클레이튼 커쇼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사진=ⓒAFPBBNews = News1
클레이튼 커쇼는 정말 좋은 투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통산 13경기(선발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9로 부진하다. 4이닝만에 7실점하며 무너진 2013년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7회에만 8실점하며 다저스타디움을 침묵에 빠뜨렸던 2014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의 여파다. 2016년은 어떨까. 다저스는 보나마나 커쇼의 3일 휴식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커쇼야 우짜노?"를 외칠 것이다. 커쇼는 가을야구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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