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진행한 방미 출장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유엔 외교가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리 외무상을 별도로 접견하지 않았으며 리 외무상이 출국하기 전까지 별도의 면담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 외무상은 26일 오전 출국 예정이다.
제71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유엔 회원국 수석대표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반 총장은 가급적 모든 면담에 응하면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반 총장과 리 외무상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리 외무상 측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적극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반 총장 입장에서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리 외무상을 만날 의지가 약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20일 새벽 미국에 들어온 리 외무상은 다음날 반 총장과 회의장에서 악수한 게 두 사람 간 만남의 전부다. 2014년과 지난해에는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유엔본부를 방문한 기간 중 반 총장을 접견실에서 만났다.
리용호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핵무장은 국가노선”이라며 우리와 적대 관계인 핵보유국이 존재하는 한 국가의 안전은 믿음직한 핵 억제력으로서만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위협에 대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개 등에 대해 미국은 그 대가를 상상도 할 수 없이 톡톡히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항시적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끝에 부득이 핵무장을 택했다”며 자신을 방위하기 위한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2년전 북한과 단교한 남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공화국의 모크위치 마시시 부통령은 같은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시리아는 유엔의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준수하지도 않는다. 이들 국가는 유엔 회원의 자격이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계속 도발하는 데 대해 우리나라 이외 국가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유엔 회원 자격을 거론한 것은 보츠와나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간에 물밑 절충이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9월 9일의 5차 핵실험 관련)가 10월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57일만에 안보리 결의가 도출됐지만 현재의 미중간 논의 흐름으로 미뤄 이번에는 그보다 시간이 덜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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