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익명 SNS 생존 비결은 '은밀하게+까다롭게'…비밀 보장은?
입력 2016-09-24 15:21 
사진 = 연합뉴스

가슴에 맺힌 얘기를 아무 부담 없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자유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일입니다.

그러나 실제 이 자유는 인터넷에서도 즐기기 어렵습니다. 페이스북 등 실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한 데다 필명이나 ID로 글을 남겨도 '네티즌 수사대'의 추적이면 금세 정체가 들통납니다.

이에 따라 최근 2~3년 사이 국내외에서는 익명 SNS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안전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되고 대화·교류 기능까지 갖춰 전망이 밝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의 '성적표'는 좋지 않습니다. 예컨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익명 SNS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시크릿'은 출범 1년 4개월 만인 작년 4월 갑작스러운 이용자 감소를 못 견디고 문을 닫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블라인드'와 '어라운드' 등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면 대다수 익명 SNS가 출시 후 빠르게 잊히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익명 SNS가 어려워지는 원인으로 저질 정보·비방·헛소문·사이버 괴롭힘 등을 꼽습니다. 누구나 익명의 가면을 쓸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웅덩이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출몰하기 쉽고,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사용자가 마구 이탈해 존폐 위기를 맞는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요즘 익명 SNS들은 사용자와 콘텐츠 관리를 까다롭게 합니다. 가입 단계 때 사람을 꼼꼼히 가리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가 처음 알려진 곳으로 유명한 직장인 익명 SNS '블라인드'는 가입 때 직장 이메일로 특정 회사의 직원인지를 인증해야 합니다. 사내 구성원을 사칭해 허위 정보를 뿌리는 것을 막는 조처입니다.

취업·연예 등의 20대 고민을 나누는 공간으로 유명한 대학별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도 익명 기반이지만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수 대학의 대나무숲이 해당 학생들만 참여하도록 안전장치를 둡니다.

예를 들어 고려대·연세대 대나무숲은 학교 웹사이트에 재학생으로 로그인하면 나타나는 특정 메뉴의 이름을 묻는 '퀴즈'를 통과해야 고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대구교대 대나무숲은 1학년 때 듣는 교직 필수과정을 학내에서 줄임말로 어떻게 부르는지를 맞춰야 글이 등록됩니다.

10대들만의 익명 SNS를 표방하는 '10 잼'도 가입 때 네이버나 페이스북 계정으로 나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누구나 생년월일과 성명만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 익명 SNS인 '어라운드'는 콘텐츠를 열심히 관리합니다. 양질의 사용자 게시물을 계속 부각해 '커뮤니티 분위기'를 맑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광운대 정동훈 교수(디지털미디어학)는 "익명 SNS는 사실을 투명하게 말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에서 '반사 이익'을 얻은 측면도 적잖습니다. SNS의 핵심인 상호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 태생적 약점인 만큼, 소수의 사례를 빼면 서비스 성공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