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23일 뉴스초점-미 '선제 타격'의 의미
입력 2016-09-23 20:22  | 수정 2016-09-23 20:33
'거중조정'
국제적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국제기구나 국가 등 제3자의 중재로 해결한다. 1882년 조선과 미국이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 1조에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의 해석은 두 나라가 달랐습니다.

당시 일본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던 조선은 이제 미국이 우릴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했고, 중국을 대신해 새로운 형님의 나라로 받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단지 우호적 중립. 덧붙이면 자국의 이익에 맞춰 이쪽도, 저쪽도 유리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했죠.

결국, 미국은 일본의 조선 침략을 묵인한 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마자 가장 먼저 서울에 있는 미국 공사관을 폐쇄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2016년, 지금은 어떨까요?

'괌을 아예 지구상에서 없애 버리겠다,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 출격을 두고 북한이 한 말이죠.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실험에도 성공하면서 이제 우리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유엔 대북제재만 논하던 미국이 이번엔 좀 달라졌지요. '북한이 미국을 실제로 위협한다면 선제 공격도 가능하다'고 말이죠.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정부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폭격을 검토했습니다. 당시엔 김영삼 대통령·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만류로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2006년에도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얘기가 나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결국 미국은 자국 영토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선 언제든지 방어적, 선제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우린 어떻게 될까요?

우리 군 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의 위협이 있어도 우린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 없고, 능력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해 8월, 북한의 지뢰 도발 당시 우리 군이 미국에 전략무기 전개를 무려 3차례나 요청했지만 미국은 명확한 답도 없이 이를 무시 했었죠.

반면, 올해 북한의 4·5차 핵실험 때는 미군이 먼저 전략폭격기 출격을 제안했는데 이는 아마 미국 본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일겁니다.

이렇게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해 가고 있고, 미국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든 한반도를 폭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지금은 94년의 상황보다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더 줄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겠지요.

언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도 국회에서는 정쟁만 있고, 뚜렷한 대책도 없이 오로지 미국에 기대 국제사회에 대북제재만을 부탁하고 있는 정부.

1882년의 그 날처럼, 지금도 우린 미국이 우릴 지켜줄거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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