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천억으로 급한 불 끄는 한진해운 ‘아직 갈길 머네’
입력 2016-09-23 16:38 

한진해운이 회사 안팎에서 긁어모은 자금 2000억원을 투입하면 물류대란 사태 핵심인 화물 하역은 빠듯하게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진해운 배에서 내린 짐을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각국 항만(터미널)과 화주간 2차 화물 전쟁이 예상된다. 이미 납기 지연 피해를 본 화주들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줄소송에 나서 바닥까지 떨어진 재무상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23일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긴급 자금 투입으로 물류대란 큰 불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제 관건은 이번 사태로 깊은 내상을 입은 한진해운이 파산을 면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긴급 조달자금 어떻게 투입되나
한진해운 측이 계획한 물류대란 해소 자금은 2000억원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사재 출연금(500억원)에 대한항공 담보 지원(600억원), 법정관리 이후 운송비로 받은 자금(400억원) 등을 합쳐 1500억원을 확보했다.
한진해운은 이 자금을 먼저 풀어 유랑화물(33만 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 하역에 나선다. 이 돈이 바닥나면 산업은행 마이너스 통장(크레디트 라인)을 당겨 500억원을 추가 조달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유랑화물을 하역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2000억~2400원이다. 당초 예상금액은 1730억원이었지만 법정관리 이후 4주간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금액이 크게 불어났다.
또 항구에 내린 짐을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하는데는 추가로 1000억원 가량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은 개별 하역업체와 가격 협상을 벌여 긴급 자금 한도 내에서 최대한 돈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하역을 마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역後 화물 폭풍전야
문제는 하역 이후 발생할 2차 혼란이다. 당장 하역이 이뤄져도 한진해운에서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는 ‘전주(錢主)들이 짐을 잡아놓고 빚을 독촉할 공산이 크다.
터미널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주요 항만 터미널이 이용료를 못 받고 있다”라며 화주 짐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대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주고 용선료를 못 받은 선주도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용선료·터미널 이용비 등 한진해운이 못 내고 있는 외상값(상거래 채무)은 6100억원에 달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미국 롱비치항은 한진해운 컨테이너로 꽉차 빈 공간이 없고 부산도 국내 회항 선박이 들어오면 포화 상태가 될 것”이라며 짐을 내려야 할 다른 선박들이 하역하지 못하는 추가 피해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정관리 5주째..화주 줄소송 가능성
터미널이 짐을 달라는 화주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진해운-터미널-화주간 복잡한 ‘다(多) 대 다(多) 소송이 시작된다.
이미 납기일이 늦어 피해를 보거나 화물 지체를 참지 못하고 직접 운송에 나선 화주들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해운업계에서는 법정관리 개시 5주째를 맞는 다음주 부터 손해배상청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이달 이후 발생한 미지급 용선료가 450억원을 넘어섰고 화주 손해배상 채권이 현실화되면 피해 금액이 조 단위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용선료·화주 손배채권은 모두 공익채권에 해당된다. 공익채권은 법정관리 체제에서 채무조정 대상이 되지 않고 회사에 돈이 들어오는대로 우선적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한진해운 재정 상태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히게 된다.
법원은 화주나 용선주 선박 압류가 현실화하면 막대한 규모의 공익채권을 변제해야 하역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물류대란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국내 3대 선사였던 조양상선이 파산했을 때도 전 세계 퍼진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수년이 걸렸다”며 소송전으로 가게 되면 물류대란 사태가 장기화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 이승윤 기자 /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