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총 50위까지만…외국인 초대형주 편식
입력 2016-09-23 16:08  | 수정 2016-09-23 17:07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금리를 동결한 이후 국내 증시에는 안도 랠리와 함께 대형주 장세가 재현되고 있다.지난 6월 말 이후 코스피 연고점 경신을 주도하던 외국인이 시가총액 50위권 내 초대형주 매수에 집중하면서 연말까지 대형주가 증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FOMC 직후인 22일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을 모두 매수하면서 야간 선물까지 합치면 하루 동안 7800계약을 순매수하는 등 평소 거래량의 두 배가 넘는 강도 높은 매수세를 보였다. 덕분에 이날 코스피 야간 선물도 0.52% 상승 마감했고,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현물지수도 개장 직후 한때 2056선까지 올랐다.
이번주 초 미국 FOMC와 일본은행 금리정책회의를 앞두고 외국인 순매수세가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빅이벤트가 지난 이후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 위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초대형주(삼성전자를 제외한 시가총액 2~50위까지)를 62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대형주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면 시가총액 51위부터 400위까지 주식에는 외국인 자금이 4299억원 순유입됐다.

지난달 갤럭시노트7 리콜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던 삼성전자에도 이달 들어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1850억원어치 순매도했으나 이달 들어 22일까지 1566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자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시가총액 2~400위 종목에 대해 총 11조945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 2~50위, 즉 초대형주로 불리는 종목에 8조2502억원(69.06%)의 순매수가 집중됐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외국인들은 초대형주 편식 현상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들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총 1조27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이달에는 1566억원어치 매수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대형주 위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소형주에서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글로벌 유동성은 대형주로 몰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월을 앞두고 우리 증시는 중대형주, 특히 정보기술(IT) 대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순환매 형식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가 나타나긴 어렵지만 화학이나 소재주 등 대형주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호황이 계속된다면 역시 지수 관련 대형주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최근 낙폭이 큰 중소형주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미국 대선, 12월 금리 인상 등 글로벌 증시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가 꾸준히 상승하는 데는 최근 대형주의 낙폭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형주의 낙폭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은행 화학 철강 건설 등 대형주 중심으로 장이 움직일 것"이라며 "다만 한쪽이 오르면 다른 한쪽이 떨어지는 순환매 형식으로 지수 자체가 많이 오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형주 선호 현상은 최근 국내 기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기관은 중소형주 순매도를 대거 늘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3분기 기관투자가들이 중소형주를 4조1500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대형주 매도는 1조6700억원에 그쳤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대형주 매도세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수급 공백 염려에서 자유로워졌다"며 "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순매수를 하고 있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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