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금리 영향에 황무지로 변한 미국 IPO시장
입력 2016-09-23 15:19 

미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바짝 쪼그라들면서 기업공개를 통해 수익을 얻는 월가 금융기관들의 수수료 수입이 20년 만에 최악의 수준에 머물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투자은행들이 IPO를 통해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이 37억달러(약 4조원)에 불과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1995년에 IPO 수수료로 26억달러를 챙기는데 그쳤지만 닷컴버블이 일어난 2000년에는 IPO 수수료로 9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IPO시장이 이처럼 침체된 첫번째 요인으로 기록적인 저금리 환경을 꼽았다.
기업들이 굳이 IPO 시장을 두드리지 않아도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 등 제로금리에 가까운 값싼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미국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68개에 불과하다. 이들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137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38개 기업이 상장해 273억달러를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이같은 2015년의 수치는 2014년 같은 기간 보다 62%나 줄어든 수준이라는 점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대어급 신생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대규모 펀딩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IPO를 통한 유동성 확보는 등한시하고 있는 점도 미국 IPO시장을 위축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월스트리저널은 은행에 상당이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는 IPO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은행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상반기에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의 IPO 관련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60% 급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이처럼 IPO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관련 부서의 인력 감축을 망설이고 있다. 영업 네트워크 약화로 기존 기업고객과의 관계를 자칫 해칠 경우 인수·합병 일감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저금리 환경 하에서 IPO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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