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따봉충’의 불법저작물 방치하는 페북
입력 2016-09-23 14:37 

올 초 웹툰작가 박태준은 자신의 작품 ‘외모지상주의가 페이스북에 버젓이 실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작품은 네이버 요일별 1위 웹툰으로, 다음 회차를 보려면 유료로 ‘미리보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페이스북에는 미리보기 내용이 화면 캡처된 이미지로 실려있었다. 작가와 네이버 측은 불법 이용자들에게 저작권 침해 중지를 경고하고 페이스북 저작권 신고 채널을 통해 불법 사례 신고 및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내부 신고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며 후속 조치를 미뤘다. 기다리는 동안 게시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국 네이버는 이대로 놔두면 제2, 제3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창작자와 협의해 고소를 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용의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용의자는 관심을 받기 위해 인기 웹툰을 계속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웹툰만이 아니다. 요즘 페이스북에는 최신 영화·유명 만화 등 불법 저작물이 가득하다. 한 페북지기는 개봉 2주일밖에 안된 최신 영화를 올리며 저작권(신고) 걸리면 내려야하니까 어서 공유하세요”라고 대놓고 불법 저작물 확산을 조장했다. 게시글은 이덕에 8만건 이상 공유, 100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불법 저작물 게시 목적은 대부분 ‘좋아요 확보다. 페이스북 공유와 팔로를 늘려 가치를 높이면 향후 타인에 비싼 값에 팔 수도 있고, 페북 페이지를 활용한 광고나 이벤트도 가능하다. 심리적 이유도 있다. ‘좋아요가 많을 수록 관심받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좋아요에 집착해 불법 게시물까지 올리는 사람들을 향해 ‘따봉충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팔로를 늘리기 위해서 콘텐츠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불법 콘텐츠는 확산된 후에 걷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저작물 게시는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을 보였다.

불법 저작물을 올리는 게시자도 문제지만, 이를 묵인하는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도 크다. 페이스북은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저작권을 침해당한 당사자가 게시자에게 직접 연락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볼 것”을 권고한다. 무단 게시를 신고해도 즉각적 제재는 어렵다는 얘기다. 신고가 처리되길 기다리는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성상 게시글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신고를 해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인터넷에는 페북에 신고해도 별다른 답변이 없다. 기다리다가 그냥 포기한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네티즌들은 페이스북이 불법 저작물 단속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불법 저작물 유통을 놔두는 것도 불법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내 관련 법 미비도 보완할 부분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법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불법 복제물을 전송한 사실이 밝혀지면 계정 정지를 비롯한 시정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국외 정보기술(IT) 기업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지난 19일 송희경 국회의원(새누리당)이 저작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구글 등 국외 IT 기업들 플랫폼에서 발견된 불법 저작물에 대해서는 정부 시정권고가 전무했다. 송 의원은 해외에 서버가 있는 플랫폼은 정부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포털사이트의 높은 전파성과 확산성을 고려해 불법 복제물에 대한 제재 규정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